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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글로 Aug 12. 2024

몬스테라와 고양이

당황스러운 전개

지난주 루이가 설사와 구토를 동반하며 아파 병원에 갔다.

의사 선생님은 단기간의 상황으로 스트레스에 노출된 것이 의심된다며 약을 먹어보고 변함이 없으면 다시 내원하라고 말씀하셨다.


다행히 루이는 증상이 완화되었고 바로 컨디션이 회복됐다.


사흘 후

퇴근하고 와보니 현관 입구에 구토한 흔적이 두 군데나 있었다.

구토를 보고 느낀 순간적인 긴장감은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다.

'하. 회복된게 아니었구나'


이제 만 1년 된 집사신분으로 말 못 하는 고양이가 구토를 하니 그저 좌불안석이다. 깨끗이 씻고 치운다음 루이에게 물어보았다.


"루이야? 어디 아파? 배 아파?"'

'..... 얘 뭐라는 거야? 얼른 밥이 나주지'

루이는 구토를 한 것은 까맣게 잊었나 보다.

초롱초롱한 간절한 눈빛만 발싸한다.

'얼른 밥이나 내놔라'


걱정대출은 또 내게 넘기고 루이는 구토를 했거나 말거나 냠냠 밥을 먹었다.


고양이가 아프다?

뭐가 잘 못된 걸까?

기억을 다시 더듬고 또 생각을 정리했다. 

그럼에도 답이 없다.

늦게 퇴근한 남집사에게 루이가 구토를 했노라고 말했다. 고통은 나누는 법이지만 남집사는 아직까지 걱정대출이 없는 모양이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상의 구토는 없었고 설사도 없었다.


그때서야 나는 긴장의 끈을 놓았다.

휴~

"루이야~아프지 마~~ 알았지?"

'말을 해서 안 아프면 얼마나 좋겠냐?'

루이는 그저 간식을 준다는 건가? 싶은지 눈치만 살핀다.


주말 오전 남편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응? 이게 머야? 누가 이걸 이렇게 뜯어먹었지?"

남편이 가리키는 곳엔 몬스테라가 있었다.


응?

어디?


며칠 전부터 몬스테라 새잎이 자라났고 멀리서 보면 꼭 강아지풀처럼 오므라져 길게 늘어뜨려져 있었다. 앞에 선풍기를 두었으니 강아지풀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것처럼 흔들렸을 것이다. 루이는 그것이 장난감인줄 알았던 걸까? 아니면  새잎에서 나는 향기가 좋았을까? 루이가 야금야금 몬스테라를 씹어먹었던 것이다.


루이가 몬스테라를 먹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 위험한 식물은 모두 다 나눔을 했고 몬스테라와 고무나무만 집에 두었었다. 그동안에 지근거리에 있던 몬스테라를 루이는 한 번도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아무런 걱정이 되지 않았다.


몬스테라가 고양이에게 위험하다는 것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루이가 신경을 쓰지 않길래 그것이 계속되리라 믿었다. 설마 새순에 욕심을 낼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고양이 키우는 사람들이 들으면 다들 몰려와 한 마디씩 할 큰 사안인 것이다.


우리는 한 참 동안 어이를 상실했다.

사료문제도, 간식문제도 아니고 더위에 지친 것도 아닌 몬스테라 때문이었다니.....


잘못 없는 새순 몬스테라는 뽑힘을 당했다.


고양이 한 마리 들여왔을 뿐인데 집에 있는 모든 식물들은 죄다 내몰리게 생겼다.

이제 고무나무 하나 남았다.


루이?

응?

응?

뭐? 왜? 어쩔?

루이가 뭔 잘못이 있나.

다 내 잘 못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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