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는 매일 아침 먼저 일어나 깊은 잠을 자는 집사들을 깨물어 깨운다. 그런데 아주 가끔 인간의 베개를 침대 삼아 내 머리맡에서 자고 있기도 하다. 집사가 먼저 눈을 떴을 때 뒤돌아 자고 있는 루이의 모습을 본다. 숙성되고 있는 빵 반죽처럼 보송보송해서 참 만족스럽다.
그 처량한 뒤통수를 보고 있노라면 세상 무해한 것은 고양이 말고는 없을 것만 같다. 순간의 귀여움을 놓칠 수 없다. 집사가 카메라를 든다. 카메라 소리에 루이는 맹수의 직감으로 눈을 뜨고 나를 노려본다. 나이 든 아줌마가 된 집사가 사진이 찍히기 싫은 것처럼 루이도 귀찮은 표정으로 얼른 자리를 피한다.
지금은 가을 같지 않게 살포시 더운 날씨지만 올해 여름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살만 나는 날씨이기도 하다. 아침저녁으로는 찬바람도 살짝 불어주니 털옷을 입고 있는 우리 루이에게는 아주 안성맞춤인 날씨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내 머리맡에서 늦잠을 자는 날이 더 많다.
그 무해한 고양이가 오늘은 자고 있던 내 눈을 깨물었다. 아빠집사가 출장으로 집에 비운 탓에 밥을 못 먹을 것 같아서 불안했을까?침대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집사의 눈을 깨무는 것이 루이의 최고의 비책이었나? 그래도 그렇지 루이야 눈을 깨물면 어떡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