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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아흐 Apr 13. 2016

핫케이크의 추억



향으로 모든 것을 이기는 케이크   

       

모든 케이크가 다 맛있지만

향으로 따지자면 핫케이크가 제일 맛있는 것 같다.

멀리서도 행복한 향이 솔솔 나기 때문이다.          

핫케이크는 폭신폭신하고, 향기롭고,

시럽을 뿌리면 몹시 달달하고 기분이 좋다.

그리고 만들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맛있는 핫케이크는 몹시 영양 만점이다.

신선한 우유와 달걀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지금 알아보니 우리가 흔히 먹는 핫케이크는

일본식 팬케이크라고 한다.

핫케이크=팬케이크로 생각해도 되겠다)


대학 생활을 시작한 20살,

나는 12명의 여학생들이 함께 모여 사는 학사에 살았는데

이 핫케이크를 아침 메뉴로 먹었다.

한식 위주의 식사를 탈피한

매우 달콤하고 향기로운 빵 식사여서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난다.  


            

든든해야 공부한다  

        

취업을 준비하던 25살 봄,

나는 과외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온갖 것들이 맛있고, 해 보고 싶었던 시기여서

나는 엄마를 졸라 핫케이크 가루를 샀다.

우유와 계란도 눈치를 보며 사와서

아침으로, 점심으로 핫케이크를 구워 먹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낮에 만든 핫케이크 반죽이 너무 많아서 고민하던 끝에

저녁에 과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외하는 친구한테 줘야겠다.’

나는 아주 단순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저녁에 그 친구가 왔을 때,

공부할 것을 일러주고

나는 부엌에서 핫케이크를 구웠다.

우유와 함께 내어주니

그 친구는 말 그대로 허겁지겁 핫케이크를 먹었다.

여자 아이였지만, 정신없이 핫케이크를 먹었다.

그러고는 꾸뻑 나에게 인사를 했다.

“잘 먹었습니다.”     


사실 그 친구는 부모님이 맞벌이인데다

3교대를 하셔서 먹을 것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던 친구였다.

한창 배가 고플 중3이었는데

저녁을 제대로 못 먹고 오니

공부에도 집중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 공부를 하면 얼마나 배가 고픈가!)     


그 친구에게 핫케이크의 위력은 대단했다.

집중도가 훨씬 좋아지고,

눈빛도 더 총명해졌다.

그 친구는 더 열심히 공부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내가 만든 핫케이크는 맛이 없어요     


어느 날 그 친구가 자리에 앉자마자 말했다.

“선생님, 엄마가 주말에 핫케이크 해 주신대요.”

아주 신이 난 모양이었다.

나는 괜히 마음이 슬펐다.

핫케이크 그게 뭐라고 저렇게 좋아할까 싶어서였다.   

  

그런데 그 다음 시간에 그 친구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그런데요.

내가 만든 핫케이크는 맛이 없어요.”


어떻게 만들었냐고 물었더니

우유가 없어서 물에 가루를 풀고

계란이 없어서 그냥 부쳤단다.

저런, 그러면 맛이 없지.     

“엄마한테 해 달라고 하지 그랬어.”

그러자 아이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엄마가 너무 바빠서 못 해주세요.”


그 날도 배가 고픈지 꼬르륵 거리기에

나는 팔을 걷어붙이고 부엌으로 갔다.     

그런데 핫케이크 가루와 계란은 있었지만,

우유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맹물에 핫케이크 가루와 계란을 넣고

휘휘 저어서 도톰하게 핫케이크를 부쳤다.     

“와 좋은 냄새!”

아이가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날, 우리는 공부할 거리를 밀어내고

머리를 맞대고 핫케이크를 먹었다.


“선생님, 근데 이것도 맛 없어요.”

“맹물에 했거든.”

그래, 공부가 뭐가 대수랴.

우리는 큭큭거리며 맛 없는 핫케이크를 뚝딱했다.    


      

핫케이크의 추억     


직업을 가지게 된 요즘은

집에서 핫케이크를 부쳐 먹지는 않는다.

대신 브런치라는 고상한 이름을 가진

핫케이크를 먹는다.     


메이플 시럽에 버터 한 조각 올린 핫케이크

모양도 예쁘고 향도 더 좋지만

나는 맹물에 휘휘 가루 풀어서

뚝딱뚝딱 먹었던 그 핫케이크가 더 좋은 것 같다.


그 친구는 잘 있으려나

출처: giphy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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