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리는 서로 닮았어요.
일본, 우리는 서로 닮았어요.
마지막 해외여행이 2015년의 오사카였다. 심쿵이가 태어나기 전의 신혼이었고, 우리 부부는 한여름의 오사카에서 좋은 기억을 남기고 돌아왔다. 그리고 심쿵이가 태어나고, 심쿵이가 조금 커서 좋았던 느낌만이라도 간직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그러니까 대략 만 4세 이상?) 해외여행을 가자고 했는데, 딱 그 해에 코로나가 지구를 덮쳤다.
그리고 3년, 코로나는 종식되지 않았지만, 우리의 삶은 코로나가 지구를 덮치기 전으로 돌아갔다. 그러는 사이 심쿵이는 초등학생이 되었고, 이제 느낌만이 아니라 그 곳에 무엇을 했는지도 기억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세 명이 된 우리 가족의 첫 해외여행지는 오사카로 결정했다. 부모라는 존재가 그렇다. 거의 모든 의사결정에 아이의 존재가 50% 이상 차지한다.
우리가 오사카를 결정한 것은, 심쿵이가 좋아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오사카는 가깝고, 심쿵이가 좋아할 음식이 많고, 결정적으로 심쿵이의 취향상 디즈니랜드보다 더 좋아할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엔화 환율이 떨어지면서 일본 물가가 한국 물가보다 저렴해져 여행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았다.
아직 본격적으로 더워지기 전인 6월의 중순, 우리 가족은 짐도 필요한 것만 챙겨 간소화해서 우리와 가장 닮은 나라인 일본, 그 일본 중에서 가장 여행 장벽이 낮은 오사카로 날아갔다.
"아빠, 외국같지 않아."
우리는 간사이 국제공항에 내려 필요한 티켓(주유패스와 이코카 등)을 구매한 후에 오사카 시내로 가는 난카이 공항선을 탔다. 환승역까지 가는 길은 지하가 아니어서 풍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아, 한국이 아니구나.'
한국의 창밖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도시와 시골 할 것 없이 쉽게 볼 수 있는 아파트 단지, 뒤죽박죽 엉켜있는 도로, 동네에 하나 정도는 있는 낮은 산과 그 뒤로 보이는 높은 산, 익숙했던 풍경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5층 이하의 낮은 건물들이 바둑판처럼 연결된 도로를 따라 지평선 끝까지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눈 앞에 펼쳐졌다.
환승하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1시간 정도 전철을 타니 미리 예약한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호텔에서 간단하게 체크인을 하고 재빨리 저녁을 먹기 위해 미리 알아봐놓은 식당으로 갔다. 호텔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걸리는 곳이지만, 오랜만의 일본 거리를 구경하며 걷기에는 딱 좋은 거리였다.
우리 숙소가 있는 기타하마는 오사카 시내의 업무지구라고 할 수 있는데, 회사들이 밀집하여 있기 때문에 식당이나 카페, 술집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다. 관광지가 아니기 때문에 관광객이 찾아오는 맛집은 별로 없지만, 그 곳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자주 가는 맛집은 꽤 모여 있는 곳이기도 했다.
조금 걸어보니, 나에게는 익숙한 게임회사 'CAPCOM'의 건물도 보였다. 사실, 이 자체도 낯선 풍경이다. 우리나라의 게임회사를 포함한 이름을 알만한 기업 대부분은 서울이나 판교, 분당 등에 있다. NC나 NEXON의 본사가 부산에 있다고 하면, 사실 한국 사람들은 독특한 회사라고 여길 것이다. 사실, 전세계를 둘러봐도 기업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는 경우는 없다. 이상한 건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다.
오사카 시내에 들어오기 전의 풍경과는 다르게 오사카 시내의 풍경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편의를 주면서 거리를 걷는 사람들에게 불편함과 위협감을 주는 공유 퀵보드를 볼 수 없었다. 타는 사람도 찾기 어려웠고, 도로에 어지럽게 널부러져 있는 주차된 퀵보드도 없었다. 대신, 한국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했고, 그 자전거 대부분이 고성능이 아닌 저단 자전거였다. 오사카는 참 걷기 좋은 곳이었다. 오사카에서 오르막을 걸어 올라갔다는 기억이 없다. 그러니 사람들은 저단 자전거로도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저녁을 먹은 후 편의점에서 군것질거리와 한국에서는 품귀현상이지만, 일본 편의점에서는 흔하디 흔한 A사의 신제품 맥주를 사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심쿵이에게 물었다.
"외국 온 거 같애?"
"아빠, 외국같지가 않아. 사람들이 다 우리랑 똑같이 생겼고, 지하철이랑 빌딩도 똑같아."
어른이 된 나의 눈에는 다른 점이 많이 보이지만, 나보다 조금 더 직관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아이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심쿵이는 그런 이질감이 없어 오히려 쉽게 이 곳에 적응한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우리와 생김새는 물론이고, 문화도 가장 닮은 곳에 왔다. 지하철 안의 광고판과 건물 외벽 간판에 적혀있는 글자만 가려놓으면 한국이라고 착각해도 이상하지 않은, 가장 가까운 나라,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