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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현 May 15. 2022

노신과 하나되는 길을 걷기 위해선  

중국 현대문학을 공부하며(6)

  이번 강의를 통해 작가로서의 노신을 넘어 한 사람으로서의 노신을 알게 되었다. 나비효과를 꿈꾸던 그는 작은 외침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원래부터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의 글쓰기는 단지 실낱같던 ‘희망’을 위한 것이었다. 자신이 느끼기에도 고통스럽던 그 당시의 사상과 적막을 후대에대물림시키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후대의 희망을 위해 이토록 길을 걸으며 크게 ‘외침’하는 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한 줌의용기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된다.


  <광인일기>를 통해 노신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던 걸까? 나는 글 속에서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타인을 어떻게 대하고 바라볼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글을 읽을수록 광인과 노신이 겹쳐 보였다. 아마도 그가 광인과 같은 취급을 받고, 속상했던 경험, 상처가 되었던 경험이존재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물론 광인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망상의 내용을 극적 요소를 위해 서술한 것도 있겠지만, 이는 노신 본인의 경험에서우러나온 진실된 표현이라 생각했다. 어쩌면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잘못된 길을 걷자 정상인 노신 본인이 마치 비정상처럼 느껴지던 괴롭고 답답한 심정을광인을 통해 표현했으리라 생각된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광인이 광인으로 몰린 이유였다. 그리고 이것은 노신이 소설에 펼쳐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실마리 역할을 했다. 광인은 식인은절대 해선 안 된다는 사회적 인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자신만이 옳다는 생각의 늪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그렇다면, 광인은 ‘타인이 식인한다’는망상으로 인해 광인이라 평가받는 게 아니라, ‘자신만이 옳다는 믿음’ 때문에 광인으로 몰린 것이 아닐까? 광인의 ‘나만 맞다’는 생각은 노신이 곧 자신과다르면 배척하려 들고 차별부터 하는 사람들을 풍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문미에서 광인의 생각과 시선의 변화가 인상깊었다. 아시타비의 사상을 갖고 있던 광인은 드디어 시선을 자신에게서 아이들로, 즉 타인에게로 옮기는연습을 시작한다. 이를 기점으로 광인에게는 수용의 여유가 생기게 된 것이고, 자연스럽게 점차 정상 생활의 궤도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따라서나는 “救救孩子……”의 줄임표가 광인이 타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완료된 시점을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처럼 <광인일기>는 100여년이 지난지금에서도, 과거에서도, 그 어떤 시계 초침 위에서도 어색한 부분 없는 작품이라는 생각했다. 그가 왜 현대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지 다시 한번 깨달은순간이었다.


  <헛,허허허허>를 통해서 노신의 글쓰기 철학을 얕게나마 엿볼 수 있었다. 누구나 거짓으로 얼룩진 보여주기식 글쓰기 대신, 작가의 솔직하고 담백함을 엿볼수 있는 글을, 맥락과 본질을 파악해 핵심을 건드는 글을 더 선호하기에 이 글은 현재의 수많은 작가에게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이라는 생각이들었다. 그는 자신의 모든 문장 속에서 늘 진솔했고, 진솔하며, 앞으로도 진솔할 것이다. 진솔함을 넘어 필요에 의해 분노하고 폭발적으로 고함을 치기도 할것이다. 허나 그의 호통은 혐오가 아닌 후대가 잘 되길 바라는 ‘희망’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비로소 다른 호통들과는 다르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노신은잉크 대신 혈서를 썼고, 자신을 독자 앞에서 발가벗겼다. 자기 피가 한 방울도 남겨지지 않을 때까지 전력을 다해 토해내던 그의 모습을 보며 진정한자기반성이란 바로 이런 것을 칭하는 것이 아닐까? 만약 나라면, 과연 이렇게 진솔할 용기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인간적인 모습이 신선한충격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어떤 방식이든 생명을 살리겠다는 노신의 여전한 포부는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한때는 의대생이었으나, 어리석고 무지한 국민을 치료하고자 육신을고치는 의학의 길 대신, 정신을 고치는 문학의 길을 고른 루쉰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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