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8월의 암흑
여섯 평 남짓한 공간,
처음 들어왔을 때, 동네는 낯설었지만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들이 나를 붙잡았다.
엄마는 빠듯한 형편에서도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이어가라며 컴퓨터와 프린터를 마련해 주셨다.
나는 이곳이 다시 출발선이 되어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들리지 않는 노크가 시간을 멈춰 세웠다.
인터넷을 설치하면서 통신사 직원의 권유로 보안 카메라, 인터넷 전화, 태블릿까지 함께 가입했다.
“요즘은 다 이렇게 한다”는 말에 별생각 없이 따라갔다.
설비를 하나씩 갖춰갈수록, 나는 잔뜩 희망을 그렸었다.
그러나 안전해 보이던 것들이 가장 먼저 틈이 될 줄은 몰랐다.
중간고사를 앞둔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일이 터졌다.
집 전화와 인터넷이 동시에 ‘뚜뚜뚜뚜’ 소리를 내며 먹통이 된 것이다. 처음엔 단순한 고장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휴대폰 비밀번호를 누르는 순간, 숫자가 미묘하게 밀려났다. 손끝에 스친 낯선 감각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에이 설마…’ 다시 시도하는 찰나, 화면 위에 선이 저절로 그려졌다.
소름이 귀 끝에서 머리끝까지 번져갔다. PIN 번호를 바꾸려 했지만 숫자가 마음대로 입력되지 않았다.
누르지도 않은 번호들이 연속으로 찍히더니 횟수 제한에 걸려 폰이 잠겨버렸다. 방 안의 공기는 회색 칼날처럼 날카로워졌다.
태블릿도 작동이 안 됐다.
현관문 센서는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삐삐 소리가 짧게 울렸다.
처음 겪는 종류의 위협은 나를 벽 쪽으로 몰아넣었다.
시간이 멈춘 듯 당황함에 얼어있을 때
잠겨 있던 폰이 갑자기 다시 풀렸다.
나는 곧장 인터넷 신고 센터 118을 눌렀다.
여자 상담원이 전화를 받았다. 상황을 설명했지만 돌아온 건 짜증 섞인 한마디였다.
“내일 병원 가보시라고요.”
그 말이 공중에 맴돌며 허탈함과 분노가 동시에 밀려왔다.
‘그래, 이런 얘기를 곧이곧대로 믿긴 어렵겠지.’
스스로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낯선 손이 기기를 조종하는 현상은 멈추지 않았다.
최면에 빠진 듯한 공포가 몸을 휘감았다.
나는 급히 노트를 찢어 종이에 상황을 적었다.
“제가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는 긴급 상황인데 경찰 좀 불러주세요.”
쪽지를 쥔 채 근처 편의점으로 뛰어 들어가 아르바이트생에게 건넸다.
그녀는 읽자마자 바로 신고했다. 나는 떨리는 몸을 안쪽에 웅크린 채 경찰을 기다렸다.
잠시 후 경찰 네 명이 도착했다. 여자 한 명, 남자 셋. 경찰차.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했다.
그들은 데이트폭력 사건으로 알고 왔다고 했다. 주민번호를 조회한 뒤, 그들 사이에 짧은 시선이 오고 갔다.
이미 판단이 끝난 듯한 정적이 퍼졌다.
“아드님 오라고 하셔요.”
“아들 같이 안 살고 멀리 있어요.”
“저기 약 드셔요.”
"핸드폰을 30년 가까이 사용했는데 이런 일이 처음이에요"
정신과 약은커녕 고혈압 약만 먹고 있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화가 들끓었지만 호흡으로 조절했다.
‘그래, 그래, 이해 못 할 수도 있지.’
머리로는 정리해도 마음속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이성을 가다듬고 있을 때 경찰관이 예리한 눈빛으로
“이전에도 112에 신고하신 적 있으시죠?”
길거리 폭력이나 가정 폭력을 보면 사전에 차단하자는 성격이라 몇 번 신고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 일로 신고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제 일은 처음입니다.” 단호하게 말했다.
이성이 분노를 스칠 때, 여자 순경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 댁이 이 근처시죠? 집에 데려다 드릴게요.”
결국 체념하며 “네”라고만 답했다.
그분과 함께 집으로 걷는 길, 가로등은 환히 켜져 있었지만 그 빛은 내 편이 아니었다.
거리는 멀고 낯설었다. 세상이 나를 밀어내는 듯, 마음은 완벽히 암흑이었다.
그 암흑은 지옥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