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포렌식을 맡기며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공연 활동을 하며 알게 된 분이었다.
어젯밤의 혼란으로 머릿속은 여전히 밤이었다.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가 먼저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바로 준비해. 점심 전에 갈게.”
점심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그는 집 앞에 서 있었다.
수년간 현장을 뛰던 눈빛은 상황을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많은 걸 읽고 있었다.
“사이버팀에 얘기해 놨어. 2층이니까 시간 잘 맞춰서 가. 포렌식 꼭 요청해.”
그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날 늦은 오후, 안내받은 시간에 맞춰 경찰서 사이버팀 접수실로 향했다.
대기실에는 나처럼 얼굴이 붕 떠 있는 사람들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창구 옆에서는 각자의 사연이 흘러나왔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했다는 할아버지,
중고 사이트에 돈을 잃었다는 남자,
당근마켓 사기에 분노한 여자.
그들의 목소리가 겹쳐지며 비루한 생각이 나를 압박했다.
내 사건이 이 틈에서 가볍게 취급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
긴 기다림 끝에 내 이름이 불렸다.
창구로 걸어가는 발걸음은 빨라졌다.
“무슨 내용이시죠?”
“저 저기요… 제 핸드폰이 마음대로 움직이고요…”
말이 꼬였다. 설명이 매끄럽지 않아 더 긴장하게 됐다.
“금전적 피해 입으신 거 있으세요?”
“그건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집 인터넷도 저절로 끊기고, 폰도 이상해져서요…”
담당자는 이미 형사에게 이야기를 전해 들은 듯, 살짝 짜증 섞인 표정이었다. 어제의 좌절이 다시 떠올랐지만 용기 내어
“포렌식 부탁드립니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단어를 내 입으로 또렷하게 내뱉게 될 줄은 몰랐다. 돌아온 건 단정하고 차가운 목소리 한 줄이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창구를 벗어나자, 객관적인 입증의 벽이 눈앞에 버티고 서 있었다.
접수실 문을 나오니 기다린 듯 냉담한 복도가 보였다.
돌아오는 길은 절망의 무게로 한 걸음 띄는 것도 벅찼다.
'아휴… 너무 지친다. 지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