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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 Feb 19. 2024

언어의 온도

이기주 작가의 책을 읽게 된 건 정말 어느 날 문득 유명한 책 표지에 이끌려서이다. 연보랏빛의 양장제본으로 두툼한 책에 세로줄의 홀로그램은 내 마음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산문을 그렇게 잘 쓰는 작가인지 몰랐다. 책을 한 권 다 읽고 나서야 왜 이분이 유명하신지 알게 되었다.

책에 나온 한 문장만 읽어보아도 ‘와 이 작가님 글 잘 쓰신다….’라고 느낄 수 있었다. 작가님의 《언어의 온도》는 글을 잘 모르는 나란 사람이 보아도 글에 진심이신 게 느껴졌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모든 생명과 물체에 관심과 사랑을 가득 담아 볼 수 있을까, 호기심을 유발하는 책이었다.

필사 노트만 봐도 다른 책에 비해 필사한 구절이 많은 걸 보니 어지간히도 작가님의 말 하나하나를 다 담고 싶었나 보다.

· 세상에는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한 것이 참 많은 듯하다.

·작가는 벼랑 끝까지 가보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혹은 벼랑 근처까지 갔다가 자신만의 깨달음을 안고 돌아오는 사람이거나.

· 글을 쓰는 작업은 실패할 줄 알면서도 시도하는 과정,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목적지를 찾아 나서는 행위라고 나는 생각한다.

· ‘어른’이 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진짜 내’가 되는 것이 아닐까?

책 속에 작가 자신의 생각하는 ‘작가’에 관해 쓴 구절에 나는 유독 열광하는 것 같다. 아직은 글이 너무 어설퍼서, 용기를 내기가 어려워서, 내가 쓴 글을 내가 읽는 데에도 꽤 어려움이 있어서랄까?

작가의 이야기를 좋아하고 또 이기주 작가의 책처럼 이런 일상에서 겪는 특별 하지 않은 특별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이 바로 이러한 글들이기 때문이다. 언제쯤 원하는 글 스타일을 찾을지 모르겠지만 다른 작가의 책을 통해서라도 그러한 글을 찾는 재미도 인생의 큰 재미라고 생각한다.

나처럼 일상의 특별하지 않은 것에 특별함을 더해주고 싶은 글을 쓰고 싶은 작가, 하지만 글재주가 아직은 부족하다고 느끼는 작가라면 이 책을 통해 언어의 온도를 깊이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