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은

by 이루다

아이가 어려서라는 이유로 다니지 못했던 직장은 아이들이 커버린 지금도 선뜻 다니지 못하고 있다. 아마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두려움이 커져 버린 모양이다. 미혼이던 이십 대엔 일을 참 좋아했다. 틈만 나면 야근하는 직장을 다니면서도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마냥 행복했다.


주부로 지내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조울증, 공황장애 진단을 받기도 하고 힘든 시간을 보면서 겁도 많아졌다. 집에 있는 난 갇혀버린 것만 같았고 세상과 차단된 채 살아가는 모습으로 느껴졌다. 여전히 우울증은 날 괴롭히고 씻는 것조차 어려워진 요즘 모든 생각을 차단하려고 오지도 않는 낮잠을 꾸역꾸역 자면서 모든 걸 회피한다.


당연하고 자연스럽던 모든 행동이 이렇게 어려워진 적은 처음이다. 씻는 것, 먹는 것, 잘 자는 것도 이제 나와는 먼 얘기가 되었다. 그 작은 행동을 하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해졌다. 심각하게만 보던 우울증 환자의 모습이 내 모습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상태로는 취직은 고사하고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해내는 것에도 문제가 생긴다.


놓았던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한 것도, 이런 나를 조금은 변화해 보려는 용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마비되어 버린 뇌를 깨우고 일상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조금씩 조금씩. 스스로 압박하던 당연시 되어야 했던 모든 노력을 뒤로하고 나는 천천히 나를 변화해 보려고 한다. 완벽한 인간이란 틀을 버리고 조금이라도 어제의 나보단 성장해 가는 나를 바라보려고 한다.



vintage-2373083_1280.jpg Image by Alberto Adán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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