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것 보단 열심히 하는 것

세상 모든 일을 다 잘할 순 없잖아

by 어디가꼬


아들 꿈은 화가

아이들의 꿈은 계속 변한다. 우리 아들도 몇 가지 꿈이 계속 바뀌고 있다.

그중에는 '화가'라는 꿈도 있었다. 아이들은 대체로 그림을 그리거나,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아들은 특히 그랬다. 그래서 5살 때부터 지금까지 미술학원에 다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할 일을 다하고 자유시간을 줄 때면 항상 첫 번째로 하는 것이 '그림 그리기'다.

그리고 기분이 나쁘거나 화가 날 때도 그림을 그린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화가'가 되겠단 소리를 안 한다.

그동안 다니던 미술학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때마침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의 작품 전시회가 열렸다.


미술 전시회

아이들은 한 달 전부터 전시회에 놓일 작품을 만들었다. 어떤 작품인지는 전시회날 공개하기로 했다

가족이 다 함께 아침부터 전시회에 갈 준비를 했다. 그동안 일주일에 두 번씩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어떤 작품을 만들었을까? 또 그림을 그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했다.

울 아들의 관심은 온통 미술학원에서 전시회 기념으로 나눠주는 솜사탕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

솜사탕은 울 아들이 집 밖에서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간식 중 하나다. 게다가 좋아하는 캐릭터 모양으로 솜사탕을 만들어 준다. 줄을 서서 솜사탕 받아 들고 기뻐하는 아들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부끄러워하지 마

미술학원 입구에는 우리 아들을 포함해서 학원생들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옆에는 아들에게 격려의 글을 남길 수 있는 자리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학원에서는 1년에 한 번 있는 행사다 보니 준비를 많이 했다

아들이 솜사탕을 정신없이 먹는 동안, 미술학원 구경을 했다. 아들이 수업을 하는 반에는 1년 동안 그린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고생한 작품이 전시된 곳으로 이동하려는 순간 아들이 계속 딴청을 피우고 못 가게 막는다. 수줍어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전시된 작품은 2개다. 하나는 주방에서 요리하는 요리사의 모습을 만들어 놓았고, 하나는 아빠와 함께 고래축제에 놀러 갔던 그림이다.


첫 번째 작품에서 읽은 아들의 생각

작품에서는 아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첫 번째 만들기에서는 요리사가 되고 싶은 아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고, 아들에게 그림을 지도하는 선생님도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고 했다. 아내는 아들이 요리사가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아들도 아마 그걸 아는 듯했다. 식품 알레르기가 심한 아들이 먹지 못하는 음식이 많아 맛을 제대로 볼 수 없고,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면서 새로운 알레르기 반응에 노출될 수도 있기 때문에 직업으로 삼기에는 자칫 불행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실제로 음식을 만들다 새로운 알레르기 항원에 노출되어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요리사의 사연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아들은 자꾸 그림을 감추려고 했을까?


하지만 그동안 미술학원에서 열심히 만들고 그리며 고생한 아들을 생각하니 기득 하고, 자랑스러웠다

미술 학원을 나오면서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 엄마아빠는 잘 그린 그림을 보러 온 게 아니야,

울 아들이 그린 그림을 보러 온 거야, 그리고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아

열심히 그리고 만들면서 행복하고, 즐거웠으면 그걸로 된 거야"


그동안 너무 잘하는 것에만 너무 칭찬을 했나??

앞으로는 열심히 하는 모습에도 칭찬을 많이 해줘야겠다는 반성을 했다.


두 번째 작품으로 본 아들의 생각

두 번째 그림은 아빠와 단둘이 갔던 고래축제 현장이었다.

그림에서는 대형 고래모형의 이에서 나왔던 분수, 사달라고 졸랐던 피카추 장난감, 각종 기념품 등 물건을 파는 자판대, 함께 구경했던 군함들이 그려져 있었다. 자판대에서는 어떤 물건을 파는지도 자세히 그려져 있었다. 아들이 그림을 그리면서 한 번도 아빠와의 추억을 떠올렸을 생각을 하니 함께 보낸 둘만의 시간이 뿌듯했다. 그림을 보면서 아들에게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좀 더 많은 추억을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은 매일 성장한다. 몸집만 크는 게 아니라 생각과 표현도 큰다. 그런 아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도 훈육을 하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