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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가꼬 May 12. 2023

이게 진짜 도시락이야

엄마의 사랑이 듬뿍 담긴 도시락

아들이 첫 소풍을 간다

요즘은 소풍이 아니라 현장체험학습이라고 부른다

1년에 두 번씩 교외로 도시락을 싸서 반아이들이 다 함께 가는 것이니

예전에 소풍이란 것과 매 한 가지다


학교 알리미 사이트에서 소풍과 관련된 준비물을 안내한다

돗자리, 도시락, 운동복처럼 편안한 복장에 운동화

어린 시절 소풍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소풍 가기 전날이면 동네에서 제일 큰 마트에서 소풍 가서 먹을 간식거리를 고르는

아이들을 모두 만나던 날,

다른 아이들은 뭘 샀는지? 내 것과 비교해보기도 하고

소풍 가서 먹을 것을 꼼꼼히 고르기도 한다

부모님도 평소에는 비싸서 선뜻 사기 힘들었던 과자나 음료수를 이날만큼은

너르럽게 담도록 허락해 주신다


물건을 사서 집에 오면 소풍 갈 가방을 싼다

이제 정말 소풍이 시작된 것일까?

설레기 시작한다.

나만 그런 것일까? 소풍 가기 전날이면 잠을 푹 자고 가본 적이 없을 정도로

밤잠을 설쳐댔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들이 워낙 많이 데리고 다녀서 그런지?

어린이집부터 여러 가지 체험을 많이 다녀서 그런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학교에서 가는 첫 소풍은 조금 달랐다

아내는 아이의 도시락에 유난히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김밥을 쌀지? 유부초밥을 쌀지?부터 해서 과일은 뭘 살지?

과자는 또 무얼 살지? 하나하나 일일이 체크한다

평소에 잘 안 바르던 선크림도 듬뿍 바르고,

아침에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멀미약도 준비한다.


아내는 새벽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싼 모양이다

새벽에 부스스 눈을 뜨니 부엌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다.

그렇게 완성된 아들의 첫 소풍 도시락을 보았다

아내가 오랫동안 고민해서 싼 첫 소풍 도시락을 보니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긴다

모양뿐 아니라 맛과 영양까지 신경 쓴 멋진 도시락

도시락은 엄마의 정성과 사랑이 듬뿍 담겨 있었다.


아들에게 지금껏 도시락이란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나오는 급식이나, 시중에서 파는 음식을 먹지 못해

대체 음식으로 싸서 다니는 음식, 맛보단 허기진 배를 채우고나 먹고 살기위해

먹는 음식으로 알고 있었다.


아들아 도시락이란 평소와 다르게 집밖으로 놀러가서

먹기 위해 정성스럽게 싼 설레이는 음식이란다

이게 바로 도시락이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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