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즐겨라, 나에게는 "미래의 걱정은 굳이 하지 마라"
대학생들은 다들 시험기간이다.
이번 나의 시험기간은 하나같이 (어째서인지) 시험을 한번에 치지 않고 말하기 시험, 필기시험, 과제 이렇게 나누는 과목들로 모여있어서.
너무 할 일이 어마어마해졌다.
게다가 지금까지 아파서 시험이고 뭐고 완전 최하점수를 받아온 터라 부담은 더 했다.
물론 시험이 나의 전부는 아니라고는 해도 최대한 학사경고만은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마음을 먹고 시험일정이며 해야 할 것들을 정리하다가 정신이 아득해져서 수첩을 던저버렸다.
할 게 너무 많다.
너무 많은 양이다, 생각만 해도 지친다, 이걸 어떻게 다 하냐....
한숨만 푹푹쉬다보니 공부는 시작도 하기 싫어지고, 그렇게 하루하루 스케줄이 적혀져 있는 달력을 보다가 문득 떠올랐다.
"이 많은 양 한번에 지금 당장 하는 건 아니지 않나?"
나는 시험치기 전까지 정말 많은 일들을 해야 하지만,
그 모든 일들을 지금 당장 '다'하는 건 아니다.
내가 오늘 할 일만(물론 그것도 많다만) 하면 되는 것이고, 그것만 걱정하면 되는거다.
뭐하러 내일의 내가 고생할 것을 지금 같이 걱정해주는 건지.
지금 하는 일만 하기에도 충분히 바쁜데.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 시작도 안하고 그 방대한 양에 억눌러져 있기만 했다.
나는 걱정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저번주에 간만에 펜을 들고 pinterest에서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친구에게 부칠 편지에 같이 보낼 엽서그림을 그렸다.
보통은 노래가사를 적어주는데, 이 친구가 이날에 이 문구를 혜나로 새겼다고 자랑한 덕에 문구를 적었다.
악필이라서 많이 미안했다.
사실 이 carpe diem 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많은 변화를 준 단어이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오던 시절, 공부가 너무 하기 싫은데, 공부말고는 딱히 재능도 없던 어린날의 나는 저 문구를 보고 한가지 결심을 했다.
요 빌어먹을 공부를 재밌게 할 수는 없을까?
그냥 필기하는 그 자체를 즐거워 하고, 시험을 본다고 생각하지 말고 상식을 쌓는다고 생각을 하자.
그렇게 나는 공부를 즐기면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대학교에 오면서 완전히 이때의 감각을 잃어버린것이다.
애초에 대학을 가겠다는 생각도 학문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메리트에 온 건데.
즐기기는 커녕, 하기싫다만 몇천번은 말한듯.
내가 앞으로 걱정없이 공부만 할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
물론 대학교가 이젠 공부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취직준비도 해야하고...인맥도 쌓아야한다.
그래도 여전히 학문이라는 것의 최고봉에 있는 공간이니까(대학원도 있지만)
나는 좀 더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게 아닐까.
예전처럼 공부를 즐기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도서관에서 계속 문제만 풀다가 보충수업을 위해 나오는데 햇빛이 너무 나른하게 존재(?)하더라.
너무 인상 찡그리면서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햇빛이 이렇게 좋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