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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May 25. 2017

왜 이렇게 힘드나 했더니

이번 주 고찰.

요 며칠 진짜 너무 아팠다.



새로 산 만년필 (다이소, 1000세, 무직)이 빨강밖에 없어서 불가피하게 주황이는 빨간색 펜으로 그리게 되었다.

진짜 아팠다. 태어나서 이렇게까지 오래 아파본 건 처음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근데 진심 공부할 몸  상태는 아니고... 아 진짜 살기 싫다 시험공부해야 하는데!"

"거 아프면 쉴 것이지  말 되게 많네"

"학점이 걸려있다니까, 저번 시험도 망했는데 이번에도 그럴 순 없다고 으앙"

"해야 하는 일?

내가 보기엔 일이 널 하고 있는데.

까놓고 말해서 전공시험 중요한 거 맞는데, 왜 그리 목숨을 걸어? 그니까 니 인생에 그거 하나뿐인 것처럼. 그거 못 치면 당장이라도 죽어버릴 것처럼."

"야 솔직히 너의 친구가 학점 때문에 당장 죽어버릴 거라고 하면 너는 

'학점이 너의 모든 가치가 아니야'

라고 말할 거 아니야?"

"??! 당연하지"

"그래 인마."

"스스로의 가치가 학점을 잘 받는 거에만 있는 것처럼.

전공 공부 중요하지. 학생 한태는 성적이 제일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

근데 지금까지 망친 시험을 어떻게 하려고? 시간 돌릴 수도 없잖아.

그리고 당장 일어나기도 힘들 정도로 아픈 지금은 어떻게 하려고? 

쉴 수밖에 없잖아.

공부를 못 하는 상황 억울한 거 맞긴 하는데, 그렇게 죽을 것 같은 느낌을 받을 필요는 없다니까.

학점이야 채워질 수 있고, 너의 긴 인생을 봤을 때 학점 좀 놓쳤다고 세상이 끝나는 거 아닌데,

지금 몸을 쉬지 않으면 너 정말 큰일 날 거야."

"넌 남들을 볼 때는 딱히 그 사람의 능력이라던가, 인성이라던가 학벌이나 성적 같은 거 전혀 신경도 안 쓰면서"

"자기 자신에게 원하는 건 너무 많아. 너무 엄격해. 

나는 성적이 좋아야 하고 학벌도 좋아야 하고."

"넌 좀 더 남한태 그렇듯, 자기 자신에게도 너그러워져야 할 필요가 있어."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는 것 같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듯한 2주 정도? 몸이 너무 좋지 않았다.

아니 확실하게 나빴다. 침대에 누워있는 것만 겨우 할 수 있을 정도로.

시험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게다가 알바도 가야 하고.

너무 서러웠다. 이번 학기, 알바도 성적도 잘 해보려고 했는데.

몸 상태로는 공부는커녕, 수업도 겨우겨우 가고 빠지기도 자주 빠졌다.

공부를 하는 책상에서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와서 나를 노려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그러다가 친구 한태 한 소리 들었다.

"너 왜 이렇게 오늘만 사는 것처럼 사냐?"

학점이 또는 능력이, 나의 가치를 높여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인 것 마냥.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이번 학기의 전공필수의 학점만이 아닌 것을.

나는 전공시험날이 나의 사형 날인 것 같은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다.

만약 친구가 "학점 망했어, 난 죽을 거야"라고 말한다면 진심으로 "뭔 개소리야, 학점으로 인생사냐?"라고 대답했을 텐데, 나 자신에게는 그러지 못했다.

언제부터인가 학점이나 시험성적에 병적인 집착을 갖게 되었는데,

아마 몸이 이렇게 뜬금없이 죽을 것처럼 아프지 않았다면, 나는 내가 학점에 이렇게나 묶여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런 생활을 멈춰달라는 신호가 아니었을까!

그 신호를 준 자가 하나님이든 내 몸이든 그래도 좀 덜 아프게 해 줄 수는 없었을까... 진짜 아팠다...

아니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정신 차리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 걸까 싶기도 하다.


형태는 다르지만 나보고 오늘만 사냐는 친구 말고도 비슷한 말을 부모님 한태도 들었다.

이 사람들이 내가 능력이 없다고 여전히 나의 사람들이 되어 줄지, 거기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던 것 같다.

오랫동안 나를 사로잡았던 생각이 만큼, 나 자신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나는 좀 더 내가 살아가는데 편한 사고방식을 가지고자 한다. 

너무 고통스럽게 스스로를 괴롭히면서 살아가지는 않으려 노력할 것이다.


물론 학점은 중요하기에 오늘도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긴 했다.

하지만 이젠 저번 주처럼 공부하는 게 괴롭지는 않았다.

앞으로도 이렇게 무언가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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