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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Aug 09. 2017

늘 써왔지만 오랜만에 글을 쓴다

하늘이 보이는 곳에서 쓴다.


일단, 오랜만에 브런치에 왔다.

오래간만에 글을 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항상 무언가를 써왔었다.

브런치든 뭐든 일단 제대로 된 글을 '완성'한다는 건 정말 오랜만이지만,

항상 무언가를 써 왔었다. 생각이 많은 사람이 된 뒤로는 더욱더.

오랜만에 내려간 고향에서 만난 놈. 나란 존재는 이미 뇌에 없는 듯 하다. 씁쓸.


덕분에 오랜만에 브런치를 쓰면서도 생각이 정리되어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쓰다'라는 키워드로 현재 진행 중인 이벤트가 있다니, 역시 난 운이 좋다.

나는 원래 꽤나 스펙터클(?)하게 사는 사람이었지만 이번 한 달 좀 넘는 기간 동안 참 다양한 걸 겪었고, 변했고, 대화를 하였고 깨달은 것들이 있었다.

그동안 썼던 것들, 그리고 겪으면서 '썼던'것들을 정리해보자 한다.


1. 일기를, 순간을 '썼다'

이 북카페, 지금 공사중이던데 언제 끝나죠

거의 2년 만이다. 하루하루 늘 쓰던 일기. 

어렸을 때부터 뭔가를 그리거나 적는 걸 좋아했다. 물론 일기의 시작은 어느 초등학생들이나 그렇듯이 억지로였지만 덕분에 성인 때까지 쓰곤 했다.

어느 새부터 끊겼지만.

그런 일기를 또한 억지로 쓰게 되었다. 몇 달 동안 알고 지낸 선생님이 알고 보니 사이비였던 것이다. 물론 최근에야 알았다.

내가 잠깐 집에 내려가겠다 하니까 불안해졌는지 감시 목적으로 일기를 써서(그대들은 기도문이라고 불렀다) 자기 한태 보내라고 했는데, 그저 그 선생님이 좋아서 말을 잘 들었던 나는 기도고 뭐고 다 어쩌라고 하면서 내가 적고 싶은 생각들이나 있었던 일들, 즉 일기를 적었다. 

이게 은근 도움이 되었었다. 나의 생각들이 정리가 된 것이다. 예전처럼 두루뭉실하게 떠다니는 상념들에 잡혀가지 않게 되었다. 

그분들이 사이비인걸 알고는 며칠째 일기를 안 쓰고 있는데, 다시 쓰긴 해야겠다. 좋은 점은 배워야지.

논문 쓴다고 속여서 동기 언니 통해서 왔던 선생님, 논문 잘 돼가요? 그 논문 주제가 뭐였죠?


2. 편지를 '썼다'

물론 받은 것들이 더 많다. 우표 값이 어디까지 오를지 훈훈하게 지켜보겠다. 아버지의 마음으로.


고백한다. 편지도 브런치랑 비슷한 기간으로 썼다. 즉, 다시 최근에야 쓰기 시작한 것이다. 

한때는 엽서에 맨날 그림도 그려서 보냈는데, 요즘 손그림 퇴화 기간인지 잘 안 그려지더라. 다시 그리기 시작해야지. 

좋아하던 노래 가사를 적어서 편지를 보내는 건 주로 나였는데, 이젠 받고 있다. 그 노래가 나의 최애 가수의 내가 몰랐던 노래라면 더욱더 오예이다.

지금까지 계속 사람 때문에 발버둥 치다가 문득 깨달은 게 있는데,

일단 내 주변 사람들에게 잘 하자.

어떻게든 새로운 사람들을 만들려고 애쓰던 나였는데, 나의 사람들에게는 고작 그 과정이 잘 안된다고 투덜거리는 것뿐이었다. 다들 지쳤을 것이다.

물론 새 친구에 대한 나의 집착을 원래 사람들에게 옮길 생각은 없다.

나는 사람에게서 좀 더 자유로워져야 할 필요가 있었다.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독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내 사람들도 나에게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이젠 많은 생각은 내려놓고, 의식의 흐름으로 편지를 쓴다.

곧 아버지 생신이므로 아버지에게도 28307804370243809년 만에 (태어난 지 20년 좀 넘은 사람) 편지를 써 볼까 한다.

3. 상념은 썼다.

혼자였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좀 민망했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겠지만.

일단 사이비 선생님(?)과 정리를 하고, 어째선지 생각이 복잡해져서 한강을 찾았다.

마음이 복잡할 때는 한강을 가면 된다는 알바 언니의 말이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그때의 나는 별 말을 안 했는데도 항상 지쳐 보였던 걸지도. 본인이 힘들다고 주변 사람들까지 지치게 했던 것이 고작 몇 주 전임을 아니까 입 안이 쓰다.

특히 사이비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 꽤 담담하게 서술하긴 했다만, 사실 학기 내내 믿어왔던 사람들이 모두 짜고 친 사이비 종교였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사이비에서 좋은 것들만 얻어온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일단 먼저, 나의 이야기를 완전 밑바닥부터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고(그것도 한 사람도 아니고 가끔씩 다른 사람들도), 자기들이 잡아놓고도 내가 너무 한심했는지 인간 대 인간으로서 해준 조언도 크게 도움이 되었고, 그리고 그들이 사이비였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내가 너무 남을 의지했구나. 이제 나 자신을 믿고 싶다'는 깨달음까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나는 많은 것을 얻었다.  그리고 성경공부는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뭐 했더라

이런 걸 먹튀라고 한다!(아니다)

또 다른 생각들도 했다. 엄청 많은 생각들이었는데,

이제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정도로 요약하면 될 듯하다.

앞으로의 인간관계는?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은? 미래를 위해, 정신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홀로서기를 하기 위해 내가 선택할 것은? 

바로 정리가 되지 않는다.



4. 아무리 써도 정리되지는 않더라. 그런데 뭐 어때.

인간관계-하니까 요즘 또 고민되는 게 있는데, 그건 차차 이야기할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는 것은 내가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알게 되지 않을까.

그런 안일한 마음가짐으로 오늘도 생각날 때마다 무엇이든 쓴다.


그래도 멋진 작가님들의 하늘 일러스트를 보며 어떻게든 하늘을 연습중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 그림을 그려서 브런치에 올린 적이 없는 것 같다.

시기가 안 좋게 노트북이며 폰이며 고장 난 것도 있지만.... 최근에 그리지 않은 건 좀 찔린다.

다시 손그림이든, 타블렛으로 그리든 다시 브런치를 손봐야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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