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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Nov 01. 2017

그냥 최근 근황

그냥 요즘 너무 지쳐있어서 주저리 적는 글.

정말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을 정도로 지쳐있다.

내가 망가져 있는데 망가져 있는 상태애서 계속 무언가를 만들어 내려고만 하니까, 당연히 결과는 좋지 않고 그 결과에 목숨을 걸고있던 나는 다시 망가지고의 반복.

과정을 중요시 여기던 나는 온데간데 없고, 결과에만 집착하고 있다.

그걸 알면서도 "자아 바뀝시다 하나 둘 셋! 뾰로롱!"하고 바뀔리가 없으니까. 계속 괴로워하고만 있는 것이다.


눈 앞의 일들을 해낸다는 게 아닌 해치운다는 느낌으로 하다보니, 깊이있게 무언가를 할 수 있을리가 없다. 당연히 결과가 잘 나올리가 없다. 아니 결과가 좀 잘 안나오면 안되나? 그게 마지막인 것처럼 이렇게 압박을 가지고 살아가야만 하나? 당연히 그럴필요가 없다. 근데 오랫동안 그렇게 살아왔으니 문제를 알면서도 고치기가 쉽지 않다. 글쎄, 지금 고쳐나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위안이 될까.

자원봉사를 지원해서 그 결과때문에 5분에 한번씩 덜덜거리며 폰을 확인하고, 하늘을 그릴려다가 잘 안 되서 짜증이 나고. 내가 좋아서 하는 일마저 '결과'만 보고 있다면 '좋아하는 일'이라는 가치가 없어지는 게 아닐까. 

쉬고싶어서 그리는 그림조차 하는 내내 짜증이라니, 원하는 하늘이 나오지 않아서 짜증을 내고 있다니, 진짜 그리고 싶은 하늘이 무엇인지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요즘 집착하지 않은 것이 없다. 살아가는 거, 취미, 연락 모두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동시에 신경쓰고 있으니 정신이 남아날 리가! 최근에는 휴대폰마저 별 일이 없어도 5분에 한번꼴로 보고있다. 살아가는 것에 강박관념이라도 생긴 것인가 싶다. 

많은 일들을 잘 하려고 괴롭게 노력했는데도 아무것도 풀리지 않고, 최악의 결과만 받아서, 친구한태 전화로 하소연을 했다. 남들은 잘 하는데 난 그게 왜 이리 힘들까. 진짜 열심히 했는데 왜 아무것도 아닌 결과만 받을까. 난 왜 이리 힘들까.

"야, 좀 힘들면 안되냐?"

잘 안 되면 안돼?

너는 지치면 안되는거야?

남들은 지쳐도 되고?



결과때문에 과정이 괴로워지고 있다. 

나는 이렇게 했으니, 내가 이런 상황이니, 나는 이런 결과를 받지 않으면 안된다. 하고 집착하고 있다.

잘 하려는 욕심을 내려놓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이게 반복되겠지.

나는 버리는 걸 못한다. 물건이든 생각이든.

어떻게든 다 안고 가려고 한다. 내 몸 챙기기도 힘든데.

계속 남을 위해서만 하려고 한다. 무엇을 하면 누구에게 이걸 줘야지. 내가 뭘 해야 부모님이 기뻐할텐데. 이걸 잘 해야 교수님께 눈치가 안 보일텐데. 이렇게 해야 그 사람이 나를 이렇게 볼 텐데.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은 없다. 진정으로 나를 위해서 하려고 해야 그 과정도 즐길 수 있다. 그렇게 해야 결과가 잘 나오는 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결과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으니 그건 패쓰. 글쎄, 그렇게 해서 결과가 어떻든 안좋으면 과정을 즐기든 즐기지 않든 기분이 썩 좋지는 않으니, 계속 기분이 안 좋은것보다는 적어도 하는 동안은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게 더 이득이 아닐까. 계속 안 좋은 기분으로 살아가면 지칠테니까. 하기 싫어질 거고.

날씨는 좋은데, 그와 대비되는 나의 상황이 어이없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별게 아닐지도 모르는데 왜 이러고 있나 싶기도 하고. 근데 날씨는 좋은게 어쩐지 분하면서도 날씨가 좋은게 어쩐지 기분이 좋다.

바뀌기 위해 아마 나는 오랫동안 혼자 싸우겠지만, 미래의 어느날의 내가 어느샌가 변해있네, 할 거라고 한다면, 이 정도 고생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괴로워하지 않기 위해서 괴로워하는 것이 역설적이긴 하다.

여유를 가지고 지낸다는 것 처럼 힘든 건 없다. 당장 휘몰아치는 일들을 다시 나는 해치워야 하기에. 근데 계속 그렇게 해치워봤는데도 진짜 별거 없더라. 오히려 '아 차라리 놀기라도 할걸'하는 결과만 나올 뿐. 스스로에게도 실망했지만 더 이상 무언가를 할 의지가 없어졌는데.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은 것인가.

괜찮지 않겠지. 그런데 하면서도 괜찮지 않다면 그냥 안 하고 힘이 날 때까지 쉬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것이다. 음 사실 잘 모르겠다. 모르겠는데, 지금은 너무 쉬고싶으니까 쉬기로 한다. 다시 일하고 싶을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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