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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Sep 20. 2020

일단 뭐라도 손에 쥐어보자 <타이탄의 도구들>

자기 계발서 두 번째 이야기

이북 리더기 샀습니다. 탭이지만요. 혹시 탭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 알고 계신 분은 제게 지혜를 나눠주십시오... 굉장히 좋네요..

"그럼, 우리 딸이 준 선물인데."

엄마에게 <타이탄의 도구들>에 대해 얘기했다가, 읽고 싶으시다고 하셔서 주문했다. 그런데 어째선지 이미 도착했다고 뜨는데 택배사에도 조회가 안 된다! 엄마는 답지 않게 전화해봐라, 엄마한테 송장번호 줘라, (알아보심) 배송 중이라 뜬다, 오늘도 안 온다, 하시길래 정말 읽고 싶은 책이신가 싶었다. 직접 전화를 해서 알아본 결과 물량이 많아서 배송이 늦어지고 있었고(그런데 왜 배송 다 한 것처럼 말해요) 일주일이 조금 넘어서야 도착했다. 그런데 엄마가 책 받자마자 한 말은 "네가 준 건데."였다. 조급해하신 것은 돈도 없는 딸이 선물해 준 책을 못 받을까 봐였던 걸까. 괜히 찡해졌다. 얼른 취업해서 갚아야 할 텐데.

이 책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딱 저런 일이 일어나서 얘기해봤다. 역시 나는 의식의 흐름이 잘 맞는다. 이제 책 이야기를 해 보겠다.

이 책은 자기 계발서의 끝판왕이라고 불린다. 그 이유는 첫 장을 읽는 순간 알 수 있다. 자기 계발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아주 알차게 담았다. 위로, 격려, 구체적인 실현 방법, 경험, 예시, 명언 그 모든 것이 잘 어우러져서 하나의 책으로 '응축'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읽어서 끝이 아니다. 천천히 읽으면서 하나씩 직접 적용해봐야 한다. 여기서 내가 받아서 잘 쓰고 있는 것은 ‘아침 일기’이다. 아침 일기에는 감사할 것 3개/ 다짐 3개/ 기상 시간 등이 들어가 있으며 노션으로 만들어 놓았기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사실, 감사하는 건 힘들다. 특히 한국처럼 ‘안주하지 말고 열정적으로 나아가라!’고 하는 문화권에서, 취업 준비생으로, 고시생으로, 회사원으로, 학생으로, 어떤 상황에서든 성과를 내는 과정 안에 있는 사람들에겐 더욱. 감사? 감사할 일이 어디 있어 최종까진 이제 포기했으니 서류 합격이나 한 번이라도 시켜줘.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래도 아침의 몽롱한 기운을 커피로 깨우면서 감사할 일을 쓴다.

이 글을 쓰면서 잠시 내가 무엇을 감사해했는지 데이터를 보았는데 진짜 별 게 없다. 딱히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리라.

내린 모닝커피가 맛있다. 이제 시원하다. 빗소리. 이북리더기 도착. 여기까지다. 이게 나의 극복의 길로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요즘 두려움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내가 이 두려움을 잘 활용할 수 있을까? 아직 그 단계까지는 못 갔지만, 두려워한다고 무작정 나약하다면서 욕을 듣는 것보단 훨씬 위로가 되었다.

내가 이 문구를 잘 이해한 건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건, 나를 이루는 요소들이 다양하고 연속적인 스펙트럼일수록 나는 덜 불행해졌다. 여기서는 작가, 어디서는 그림 그리는 사람, 어디서는 커피를 내리고 어디서는 자소서를 쓴다. 내 세상을 정의하는 게 한 단어인 인생은 좋지 않다고, 요즘 느낀다. 나를 구성하는 게 다양하고 그 누구도 나도 나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서. 감사하다.


‘우연히 얻은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이게 포인트다. 특히 내가 이게 잘 안 되었는데 어쩌다가 갑자기 주어진 휴식은 달콤할지언정 얼마 안 가서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차라리 하루 전이라도 결심하면 훨씬 나은데, 그게 아니면 너무 힘들다. 특히 힘든 일이 많은 나날일수록 우연과 의도의 경계가 엉망이 된다. 너무 힘들고 힘이 빠져서 그냥 다 놓아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노력한 서류가 탈락할 때마다(서류 탈락은 진짜 힘이 빠진다... 면접과 인적성 탈락이랑은 다른 기분...) 울면서 홈 트레이닝을 하고 해야 할 일을 한다. 그리고 여전히 다음날 7시 전에 일어난다. 기상은 친구들과 내기를 하고 있어서 가능한 거지만. 요즘 피곤해도 최대한 무언가를 하고, 멀쩡해도 결정한 날이라서 취준을 쉬면서 밀린 글을 쓴다. 이럴 수밖에 없는 게, 평소에 글을 쓰는 사람이 이력서와 자소서만 주야장천 쓰다 보면, 하루에 글을 더 쓸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글을 쓰는 날은 이력서와 자소서를 마무리 한, 다음날에나 시작할 수 있다.

“좋아! 어차피 자동차 산업 관심 없었잖아!”라고 말하며 울었다. 분명히, 이 틀어짐이 언젠가 다른 길로 이어질 것이다. 내 길이 끝난 게 아니다. 방향이 틀어진 거다. 나는 다시 집중해야 할, 이겨야 할 싸움이 많이 남아있다. 내 인생이 끝난 게 아니므로.

이 책은 너무 많은 말이 응축되어있다. 보시다시피 책갈피가 엄청 많다. 이북이 아니었더라면 이 책은 너덜너덜해졌을 것이다. 기분전환으로 읽을 책은 아니다.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있으므로 자신의 상황에 맞고, 그날따라 끌리는 문장을 삶에 대입해보면 된다. 여기서 명상에 대한 많은 칭찬을 해 줬는데, 아직 나는 명상은 못 해 보았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의 명상 칭송(?)을 보면 곧 할 때가 된 것 같다. 요즘따라 싱숭생숭하니 마음도 복잡하고 앞날도 두려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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