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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Dec 14. 2020

삶을 창조하는 모든 이들에게, <빅매직>

결과가 어떻든 우리는 살아가야 하니까, 결과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원래 네 번째 책 이야기는 <시선으로부터>가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불안한 요즘, 끊임없는 동력과 동시에 어깨에 힘을 풀고 설렁설렁 나아가기 위해서 <빅 매직>을 항상 펼치고 있다. 저번 글에도 언급된 책인데, 이번에는 이 책에 대해 더 깊은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빅 매직>은 원래 종이책으로 먼저 읽었다. 그런데 너무 주옥같은 문구가 많아서 맘에 드는 문구를 필사하다 보니 거의 책 한 권이 나왔다. 나는 아침에 나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해주고, 그리고 읽어주는데 그때 필사한 <빅 매직>의 문구들을 읽는다.

여러 중요한 일정들을 앞두고 불안함에 떠는 나는, 결국 모든 준비를 미루고 마음을 가다듬기로 했다. 그래서 큰마음먹고 빅 매직을 다시 읽기 위해 구매했다. (예전에 읽은 종이책은 도서관에서 빌린 거였다. 그런데 종이책 사진이 하나도 없네? 서프라이즈!) 그리고 좋아하는 카페에서 산 원두로 정성 들여 라테를 만들었다. 나는 이 글을 쓰고 다시 할 일을 하러 갈 것이다.


<빅 매직>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끊임없는 자신의 책을 내기 위한 그 고민을 고스란히 담은 책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예술가의 고뇌"를 담았다면 정말 오해다! 이 책에 이런 문구가 있다.


중독은 예술가를 만들지 않는다. 알코올 중독자이면서 예술가인 사람은 그 자신의 알코올 중독에도 불구하고 간신히 예술가가 된 것이지, 알코올 중독이기 때문에 예술가가 된 것이 아니다.
그저 그 고통을 페티시로 만드는 것을 거부한다.

이 책은 끊임없이 나아가기 위해서는 '재간꾼'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늘 유쾌한 기분과 자세를 유지하면서 나아가길 바란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을 나와 같은 취업 준비생 혹은 직장인 자영업자 아니면 하루하루 항상 무언가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인생을 살아가는, 그냥 모든 사람들! 에게 추천한다. 우리의 인생은 결국 끊임없는 창조 과정이고 도전 과정이니까. 그리고, 우리의 모두 다른 인생의 공통점이 있다면, 결국 살아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너무 많은 힘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악물면 이빨이 먼저 부서져 버려, 우리는 치과 진료비에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할지도 모른다.

'창조적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예술가만 칭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작가가 끊임없이 자신의 작품을 거절당하면서도 끊임없이 유쾌한 기분을 유지하려는 과정은, 서류 불합격 면접 불합격을 겪으면서도 끝내 '1승'을 위해 나를 다독이고 즐거운 기분을 주려고 하는 내 취업준비 과정과 너무 닮아있다. 

상황이 더 이상 쉽고 편안하지 않거나 혹은 지금처럼 즉각적은 보상이 따르지 않은 순간이 오더라도 당신의 용기를 떠나보내지 말라. 왜냐하면 그 순간이 바로?
흥미로운 것들이 시작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작가는 '재간꾼'이 기꺼이 되라고 말한다.

재간꾼은 믿음으로 가득한 존재다. 그는 당연히 자기 자신에 대한 탄탄한 믿음이 있다. 자신의 교묘한 계책이 잘 풀릴 것이라 믿고, 자신이 여기 존재할 권리가 있다고 믿고, 어떤 상황이건 자신의 능력으로 발붙이고 적응해 나갈 거라 믿는다.

우리가 끊임없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아가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실패는 우리를 죽이지 못하니까. 우리는 어차피 계속 살아가야 한다. 내가 면접을 떨어지든 내 취업 준비가 얼마나 길어지든 난 밥을 먹어야 하니까. 잠도 자고, 커피도 한잔 하면서 어차피 살아가야 한다. 답은 딱 하나 정해져 있다. '어차피 살 거니까.' 그러면 우리는 설렁설렁 나아가야 한다.


어쨌건 그는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는 간신히 침착함을 되찾았다.

내가 면접을 앞둘 때, 그리고 여러 긴장된 순간을 앞둘 때마다 떠올리는 이야기가 있다. 작가의 지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는 서글서글한 성격으로 외국에서 부잣집 자제들과 친해졌는데, 그들의 파티에 초대받았다. 코스튬 파티라고 들은 그는 빨갛게 얼굴을 칠하고 빨간 가재모양 옷을 만들어서 거대한 가재가 되어 파티에 갔다. 하지만 알고 보니 아주 고귀한 사교파티였다! 당황한 그는, 당당하게 누군가가 '당신은 어떻게 왔나요?'라는 말에, 

그가 열심히 만든 것이 그 의상이었으니 그는 그것을 파티에 가져온 것이다. 그가 가진 최선의 것이었고, 그가 가진 전부였다. 그래서 그는 그냥 자신을 신뢰하고 그의 의상을 신뢰하고 주어진 상황을 신뢰하기로 마음먹었다.

"저는 궁정 랍스터이옵니다."라고 하며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재미있는 건, 작가의 덧붙이는 말이다. 사실, 이런 대처는 '난사람'만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디 구석에서 찌그러져서 거대한 가재발을 소심하게 흔드는 이상한 가재가 될지도 모른다. 작가는 말한다.

그래도 괜찮다. 가끔은 그렇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는, 우리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파티까지 와놓고 '뒤돌아서 나가버리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면접에 가서 다들 멋있는 옷을 입고 올 때, 혼자 가재 코스튬을 입고 온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사실 모든 면접에서 매번 그런다. 하지만 나도 서류 통과하고 이전 면접을 통과해서 온 사람이다. 그들도 가재가 올 줄은 몰랐겠지만, 그렇게 뽑은 가재를 내쫓지는 않겠지. 내발로 내가 나가지 않는 한.



    수치심도 절망감도 아닌- 그냥 모든 것들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보게 되는 감각.
정답은 언제나 짓궂은 재간꾼의 미소를 띤 채 돌아올 것이다.
"그냥 재밌으니까, 안 그래?"
결과는 상관을 끼칠 수조차 없다.

나는 재간꾼이 되기엔 약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미련이 너무 많고 후회도 많이 하고 겁도 많다. 그래서 불안해한다. 과정이 어떻든, 결과는 재간꾼처럼 받아들이고 싶다. 그게 유일한 방법이다. 내가 결과에 너무 얽매여서 내 삶을 망치지 않을 유일한 방법. 재간꾼이 아니더라도 재간꾼인 척 그렇게 받아들여본다. 그러면 받아들여진다. 내 것이 아니었구나. 

그럼 지금부터 뭘 해야 할까? 이렇게 하면 우주는 어떤 답을 줄까?

내가 면접 전에 불안해서 울 때,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너무 멀리 생각하지 마. 모든 걸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거, 그것만은 꼭 고쳐야 해."

그래서 나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한다. 무섭고 불안한 마음은 입는 옷처럼 내버려 두고. 어차피 나와 함께할 애들이니까. 내 인생에 다일 줄 알았던 지난날들의 모든 것들이 지금 내게 미치는 영향이 0에 가깝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한다. 결과는 상관을 끼칠 수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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