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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Jan 06. 2021

살아내는 삶: <글 쓰는 소방관> 강연후기.

오늘도 살아낸 우리 모두 치어스.

친구와 배달음식을 시켰는데 1시간이 넘도록 오지 않는다. 사장님께 전화했더니 눈이 많이 와서 배달 기사님들이 서행을 하고 계셔서 늦어진다고 한다. 얼마나 오길래? 뛰어나갔더니 펑펑 오고 있다. 세상에. 나는 퇴근길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눈의 'ㄴ'자도 상상하지 못했다. 눈이 오기 때문에 빨리빨리의 민족인 한국인들은 분명 다치는 사고가 생길 것이다. 이렇게 오늘도 운 좋게 무사히 집에 있다. 정말 그저 운이라고 할 수밖에.

어제 현직 소방관이신 강사님의 강연을 들었다. 자연스럽게 이 많은 사고들에 대처하고 있을 인력들이 떠올랐다.


인턴을 하는 회사가 멀기 때문에 가능한 10시 안에는 침대에 누우려고 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10시에 누워도 11시에 겨우 잠드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달래님이 운영하시는 오픈 채팅방에 "오! 참석하고 싶다!"는 강연이 올라왔어도 많이 망설였다. 그런데, 강의 당일 (당일까지 망설였다.) , 정말 기대하고 가고 싶던 회사의 면접 발표가 났다. 탈락이었다.

머릿속에는 승전보를 울린 친구들, 그리고 나 또한 그들 중 하나가 되었을 거라는 상상을 했던 지난날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동시에 앞으로가 막막한 미래와 막막했던 과거가 눈앞에 아득거렸다. 여러 감정이 복합적이었지만 퇴근버스에서 이를 티 낼 수는 없었기에 진정할 겸 카카오톡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그리고 강연 주제를 다시 읽고, 바로 신청하였다.

글 쓰는 소방관을 만나게 되었다.


삶에 대한 생각이 많은 사람일수록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각이 너무 복잡하고 무겁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 쓰는 소방관님은 (실제 성함을 적어도 되는지 몰라서 '글 쓰는 소방관님'이라 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 스쿠버, 단편영화감독 등 다양한 활동이 이해가 되시는 분이다.

강연에서 예상치 못하게 목소리와 얼굴을 공개하게 되어서 이런 글을 쓰는 게 굉장히 민망하지만, 나는 오래된 우울과 불안으로 삶을 몇 번이나 내던지려고 했다. 누군가를 살려내고 자신도 살아가려는 분의 강연을 죽으려고 했던 내가 들어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과 함께 죄송했다.

신기했던 것은, 정반대의 삶을 살아왔고 반대의 입장인 나와 글 쓰는 소방관님이 내린 삶에 대한 결론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물론 삶은 계속되니까 결론이라고 말할 순 없겠지만)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기, 지금 무사히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이 순간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글과 그림 혹은 다른 탈출구와 삶에 대한 많은 생각을 표현할 자신만의 방법.

그리고 하루를 살아가기.

글 쓰는 소방관님의 다사다난했던 과거와 함께, 앞으로 그려나가시고 써나가실 미래와, 전문성을 탄탄히 하고 계시는 현재를 모두 응원하게 되었다. 동시에 나 자신에 대한 응원도.


참, 그러고 보니 다른 분께서 글 쓰는 소방관님의 강연을 듣고 '성직자분들이 자주 해주시는 말씀과 비슷하다.'라고 하셨는데, 삶에 대한 성찰은 결국 모두에게 같은 방향으로 닿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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