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안 좋은 사람이 좋은 상태로 살아가는 이야기, 들어보시지요.
가을입니다. 아니 겨울이네요 편지를 쓰기에 참 좋은 날입니다. 오늘은 지나가다가 우연히 제 글을 볼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볼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강철경이라고 합니다. 저는 성격 하나는 희한하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게 살아왔어요. 여러 가정 상황과 외부적/내부적 문제로 어느날 몸에 온 멍이 들기 전까지만 해도요. 저는 그 이후로 남들이 쉽게 해내는 것들을 쉽지 않게 해냈습니다. 졸업뿐 아니라, 취직, 취직 이후에서도 계속 경력을 쌓이지 않았죠. 그렇게 남들이 나름 좋다고 평가하는 회사에 갔지만 가장 힘든 부서에 배치가 되었습니다. 10년만에 신입을 뽑은, 그런 곳으로요.
그래서 이 편지는 첫번째, 그냥 지나가는 사람 두번째, 상황이 너무 힘든 사람에게 보냅니다.
제 복수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저의 힘은 항상 복수에 있답니다.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거든요. 그래서 항상 그 사람, 상황이 가장 원하지 않고 예상하지도 못한 방식으로 복수를 해왔습니다. 그래서, 신입에서 10년차 경력직만큼을 바라고 고용 협박과 인격 모독을 하는 이 부서에서 복수를 어떻게 꾀하고 있느냐. 똑같은 사람들이 되지 않고 성장하는 방식을 택했답니다.
이 회사에서 해피엔딩을 바라지 않고 기꺼이 미련을 버린 사람으로, 일적으로 심리적으로 성장하는 방식을요.
아마 여기는, 쪼아대고 협박을 해서 말을 잘 듣는 직원을 바랬을겁니다. 그 직원이 기가 죽어야 일을 잘 한다고 착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그분들보다 하나 더 아는게 있습니다. 그건 틀린거라구요. 저는 칭찬을 들어야 잘 하거든요. 그 칭찬, 저에게 해주기로 했습니다. 그 사람들 계획대로 기가 죽어서 잘 하면서 그저 부품이 되지는 않기로요. 어떤 의미로는 진짜 말을 안 듣는 사람이죠. 일을 잘 하는게 제일 좋고 그걸 지향하고 있지만 신입 특성상 그들의 10년 경력을 따라잡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보려구요, 스스로를 칭찬하면서요.
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습니다. 저또한 수습기간이 연장되었기에 언제 나가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구요. 하지만 저는 여기서 복수를 해야 하잖아요? 제가 꼭 고쳐야할 것들은 고치고 나가기로 했지요. 저는 책임감은 있지만 필요하지 않으면 최대한 뒤로 숨으려는 단점이 있거든요. 어차피 곧 나갈거, 나대고 나서고 이것저것 다 해보고 나가자. 하고 싶은 말도 예의 차리는 안에서 한번 해보자고요. 거기서 성장한거 들고 다른 곳을 간다면, 아르바이트를 하던 취준을 하던 일상에서 무너질 일을 없을 거라고 믿었어요.
갑자기 감정적으로 접근하려는 부장님의 '속상하냐'는 말에 '속상하지 않고 아쉽다'고 하고.
수습 연장 동의서를 작성하고 나오는 길에 인사팀에게 '다음엔 정규 계약 쓰러 오겠다'고 하고.
회의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부서 대표로 결정사항을 전달하고 제안하고.
그렇기에 혼나고 견제받고 무시당하고.
그럼에도 내일 또 멀쩡하게 나오고.
어느날, 또 다른 팀에게 무시를 빙자한 오해를 받고, 이를 터덜터덜 풀고 오는길에 다른 사업부 팀장님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제게 그러더라구요
철경님, 신입이에요? 너무 잘해서 경력직 입산줄 알았는데 다들 철경님이 신입이라는거야. 어머, 정말? 엄지척엄지척! 우리 계속 함께 힘내요, 화이팅!
부서에서는 100% 중 20%밖에 안된다는 말을 듣는데, 다른 부서에게서 신입으로는 최고의 칭찬을 받았습니다. 더 깨달았어요. 이 상황이, 내 환경이, 내가 담고 있는 곳이 잘못되었다는걸요. 나를 그렇게 쓰레기, 멍청이로 만들었지만 아니었음을요. 내 잘못이 아니었다는걸. 부족했을지언정 잘못하고 인생 자체를 부정당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을. 그저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 후배이자 부하를, 동료를 폄하하는데 불과한 사람들이었다고요. 겉보기에는 안 그래 보여도. 리더도 아니고 리딩도 못하는 사람들이라고요.
그럼, 좋은 리더가 없으니 떠나거나 남아서 좋은 리더가 되거나 둘 중 하나겠죠? 저는 무리해서 남거나 떠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떠날 마음이 서면 떠날것이고, 아직은 남아서 복수를 꾀하려고요. 제일 잘 하는 사람이 되어서, 제일 신뢰받는 사람이 되어서 그 순간에 더 좋은 곳으로 점프!하려고요.
이렇게 소중한 나를 이 자식들이.
그래서 요즘은 재미있습니다. 기획팀에 있는 저는 개발팀에게 자주 무시당하곤 하는데요,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 디자인을 했었고 기계공학 출신으로 자동차 설계를 했었습니다. 지금 회사는 자동차보단 훨씬 간단한 설계가 필요한 곳이구요.
무시당해주고는 있지만, 누가 누구를 무시할 수 있는지는 저만 알고 있습니다.
일이 힘들어, 사람이 힘들어 터덜터덜 오면서도 늘 그 생각을 해요.
좋은 상태는 좋은 상황을 불러온다.
나는 좋은 상태만 만들면 된다. 야식을 먹지 않고, 운동을 하고, 아침에 글을 쓰고 일출을 봅니다. 이사했더니 뷰가 좋더라구요.
너희가 아무리 그래봤자 나는 잘 지낼거고. 그 수준이 심해지면 언제든지 나갈것이고, 두려울 것이 없다.
나는 어떤 상황을 겪더라도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지면 됩니다. 손을 못 움직여도 오늘 손가락 더 움직이면 성장한거에요. 성장하면 내가 이긴겁니다. 이 모든건 영원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제 이야기는 대충 이렇습니다.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어요. 버티는게 바보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있겠죠? 저도 떠나는 분들을 보며, 그 리스크를 안고 여기 있는 제가 이해가 안 되곤 합니다. 하지만 아직 제 미션이 남아있어서요. 누가 뭐라 하더라도, 내 신념이 있고 그걸 넘기 위해서 그 과정동안 나를 소중히 여긴다면.
어차피 우린 밥 먹고 잘 자야하니까. 그것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정말 그거면 됩니다. 우리가 잘 지내면 되어요. 누군가가, 상황이, 과거가, 미래가 꼴보기 싫다면 지금 잘 지내세요. 그게 최고의 복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