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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쁘게 돌을 올리는 시지프스처럼

오늘도 신에게 자신을 기꺼이 보여주자고 결심하는 시지프스가 되어

by chul

시지프스 생각해봅시다.

네?

절망하면서 돌을 올리는 시지프스 아니라, 오늘 또 신에게 나를 보여주지!라고 하면서 돌을 기꺼이 올리는 그런 시지프스를요. 오늘 하루를 시련을 또 극복해내는 자신을 모두에게 보여주는 기회라고 생각하면서요.

부끄러운 이야기만 하는 브런치다. 나는 멀티가 잘 안된다고 표현하기에는 너무나도 하나를 얻으면 10개를 잃는 사람이다. 어느 한 쪽에만 집중한다는 핑계로 조금 번거로운 중요한 일상들을 다 놓쳐버린다. 정말 그냥 핑계로 다른 일들은 하지 않는 셈이다. 작게 예시를 들자면 취업을 한 후에 내 몸과 마음, 지출 습관을 챙길거라고 하면서 운동도 안 하고 모아놓은 돈은 몇달만에 배달음식으로 써버려서 20kg 쪘다. 그러면서도 '일단 지금 중요한 일들이 있으니까'라면서 미뤄왔다. 나는 지금까지 무언가를 미루고 놓쳐야만 무언가를 얻을 수 있었고 챙길 수 있었다.


그렇기에 늘 비참했다. 하나를 얻으면 건강부터 많은 것들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인생에 있어서 큰 일들을 무서워했다. 최선을 다하게 되면 겨우 쌓아놓은 습관과 데일리 업무들을 놓치고 말거야. 누군가에겐 그럼에도 의미있는 결과를 얻으면 된 거 아니야?라는 말을 듣겠지. 하지만 취업을 했는데 모아놓은 돈이 없어지고, 하루에 3만원을 배달음식으로 일주일을 쓰고 20kg이 쪄서 옷이 하나도 안 맞고 불규칙한 수면시간으로 약이 늘어난 사람은 취업 이후에도 엉망인 삶을 살 것이다. 나처럼 말이다.

2년만에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털어놓았다. 병원 의사 선생님께. 나는 내가 너무 부끄럽다고. 또 퇴근길에 배달 어플을 깔아서, 비상금 및 저금 통장에서 돈을 이체해서 3만원짜리 배달 음식을 밤 9시에 시켜먹고 다음날 다시 늘어난(더 늘어날 것도 없는) 몸무게를 보며 늦잠을 자버리는 내가 너무 부끄럽고 비참하다고. 중요한 프레젠테이션 자료는 며칠만에 만들어내어 칭찬을 받았지만 데일리 업무를 놓쳐서 누군가에게 손실을 준 내가 부끄러워서 아침에 눈을 뜰 수가 없다고.


그렇게 이 글을 초반부에 적은 그 대화를 하게 된 것이다.


비참해하면서 하루를 시작하여 돌을 언덕위로 굴리는 시지프스 아니라, 신에게 내가 얼마나 돌을 잘 굴리는지 보여줄거라고 마음을 다잡는 시지프스가 되자고.

나의 하루하루는 비참하고 부끄러운게 아니라, 오늘은 얼마나 멋있게 유혹을 뿌리치는지 잘 보여주자고.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싶은 순간일수록 '내가 이걸 잘 이겨낼 모습을 보여줄 기회'라며 기뻐하고

감당할 수 없는 큰 일이 생길수록 ' 내가 큰 일 잘 해내며 일상과 작은 일들도 여전히 잘 챙기는 모습을 보여줄 기회'라며 기뻐하자고.


모든 위기는 기꺼이 그걸 극복하며 태연하게 과거로 보낼 수 있는 내 모습을 보여줄 기회다.


이걸 위해 하루하루 다시 할 일들을 리스트로 적어내려고 한다. 블로그 주간일기 챌린지도 해보고 말이다. 그런 구체적인 일들은 브런치에 적기는 구구절절할테니 자연스럽게 구구절절한 이야기는 블로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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