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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로 살다가 나로 떠나는 것

나는 겨우 자라서 내가 되고

by chul

당신을 잃지 말고 여길 잘 떠나는 것에 집중해봅시다.


거의 10년째 가고있는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서 (즉 선생님도 나의 우여곡절을 전부 알고있다는 소리) 방금 들은 말이다. 의사선생님은 내가 회사에서 지치고 사람들이 너무 수준떨어지는 괴롭힘이나 회피 등을 보고 한 말이긴 하다. 내가 그럼에도 여길 더 머무르기를 선택했기에 그렇게 스스로를 소진시켜서 나가기보다는 나를 잃지 않고 지키는 것에 집중해보자는 이야기이다.


끄덕였다. 듣고보니 참 인간답지 않은가? 아닌가? 나는 저게 결국 인간이 인생을 사는 유일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떠나기(천국:환영해, 지옥 : 나도 환영해) 그러기 위해서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나 자신을 찾아가고 알아내기.

(소크라테스 : 저자식 내 말 빼앗아서 지 명대사처럼 하고있네;)

아 테스형 ㅈㅅ


이 지독한 5년간의 취준기간(전공 살려서 인턴하기, 계약끝내지기, 프리랜서일하기, 전직장가기 또 신입으로 지금 직장 들어오기, 그 사이사이의 백수의 1년씩들 등등)이 내 인생에 준 엄청난 선물이라면 <너 자신을 아는 시간>일 것이다. 이 비참한 시간동안 여러 커뮤니티나 취준관련 컨텐츠들을 볼때마다 멘토같은 사람들은 취준생들에게 늘 이런 말을 했다.


지금 치열하게 고민하세요.

자기 자신을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이 이제 없다니까요. 지금 이 시기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사람인지를 고민할 시간이에요. 그런 기회라고 생각합시다.


그건 알량한 위로가 아님을 알고는 있었지만 지금 내겐 너무 벅찼다. 아니 돈 벌어먹고 살아야 뭐라도 할거 아닙니까. 와 그런데 나는 그 5년의 소속-무소속-비소속 - 그냥 백수 모두 돌고돌아 이 나이에 또 신입으로 가는 동안 많은 <나>를 알았다.

효율을 최고로 치는 학문 전공이면서 퀄리티 높은 하나의 깊은 결과물보다는 넓고 얇게 전체를 봐야 적성이 풀린 사람이라는 것. 그래서 전공시험점수보다 프로젝트성 결과물 점수가 훨씬 높은 사람이라는 것도. 일본 취직을 준비했으면서 한국의 보수적 문화조차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도. 그리고 성격이 미움받기 쉬우면서도 제대로 된 사랑을 받기도 어렵지 않다는 것 등등...

(그 외에 더 글러먹은, 사회와 결국 협의되지 못한 개성 등등이 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그 전까지는 나는 나를 몰랐다. 솔직히 여전히 잘 모르겠다. 내가 나라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든 사회임을 알았고, 사회나 조직에 따라 페르소나를 갈아끼우는 방법도 아직은 미숙하다. 내가 누군지 알면서 점점 나는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다들 너무 잘 지내고 나더러 특이하다고 하는데 당연히 내가 문제겠지. 찍어 눌려질때마다 생각했다. 내가 나라서 잘못이라고. 이건 결국 나라는 사람은 살 필요가 없는 사람이 된다. 문제는 제거해야하니까. 근데 시바 죽기싫어요 니들이 뭔데요?


나는 아직 나를 안다고 말하긴 좀 뭐시기하다. 다만 스스로를 부정하거나 남에게 미친듯이 맞추려고 나를 숨기거나 탓하지 않게된지 꽤 되었다. 내가 겪은 그 많은 전쟁들과 앞으로 겪어낼 시련들이 고작 내가 나라는 사람을 알아채기 위함이라니.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나는 평생 내 눈으로만 내 세상을 볼 수 있다는게, 결국 난 나로서 살다 가는 거구나. 그리고 그건 결국 세상을 알고 남을 아는 출발점이 되기도 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힘이 되기도 하고 나를 지키고 정말 나라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되기도 하고. 그게 인생일지도 모르고. 지금 나는 그게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등등등....




저는 산미있는 커피 원두를 좋아하고 그런 원두로 마시는 라떼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스타벅스 라떼를 극혐하죠. 원래는 향같은거 잘 몰랐는데 우디향을 좋아합니다. 섬유향수를 자주 뿌립니다. 의외로 승부욕이 없어서 혼자 느긋하게 하는 운동을 좋아하고 다리를 자주 다칩니다. 당신으로 살아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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