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짐에서 오는 용기

2024년 여름, 두려움을 넘어서, 점점 커지는 용기

by rufina


오늘 아침, 한국에 있는 동생과 통화를 했다. 동생이 갑자기 "엄마, 아빠가 언니가 용기가 많아진 것 같대. 혼자서 장도 잘 보러 다니는 것 보면..."이라며 칭찬을 전해줬다.


사실 그 전날, 나는 혼자 집 근처 마트에 다녀왔다. 시부모님께서 집에 방문한다고 하셔서 대접할 음식을 사러 갔던 것이다. 부모님이 내게 대단하다고 말씀하셨다는 얘기를 동생을 통해 듣고 나니, 갑자기 궁금해졌다.

"내가 정말 용기가 커진 걸까?"


지난 3월, 노르웨이로 처음 이주했을 때만 해도 나는 혼자서 밖에 나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마트를 가든 산책을 하든 항상 남편이나 다른 사람과 함께였다. 임신으로 몸이 무거운 탓도 있었지만, 사실 그보다 낯선 환경에서 혼자 돌아다니는 게 두려웠다. 특히 노르웨이어를 잘 몰라서, 무엇을 하든 긴장되고 위축되기만 했다.


마트에서 계산원이 "비닐봉지 필요하니? (Trenger du en pose?)" 또는 "영수증 필요하니? (Vil du ha kvitteringen?)"라고 물어오면, 나는 당황해서 머뭇거렸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마음속에서 "어떻게 해야 하지?"를 반복하며, 점점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노르웨이에 온 지 석 달쯤 지나면서 상황이 조금씩 달라졌다. 남편과 함께 마트에 가며 물건을 사고 계산하는 법을 익혔고, 계산원이 묻는 질문에도 점차 익숙해졌다. 이제는 그들이 비닐봉지나 영수증을 물어볼 때, 더 이상 긴장하지 않고, 가볍게 웃으며 "아니요, 괜찮아요 (Nei, takk)" 또는 "네, 주세요 (Ja, takk)"라고 자연스럽게 대답할 수 있다.


사소한 일처럼 느껴질 수 있는 일들이 처음 해야 하는 나에게는 큰 두려움이었다. 이 두려움은 여러 번의 경험 속에서 조금씩 줄어들었고, 그에 따라 자신감도 커져 갔다.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용기는 한 번에 생기는 게 아니라, 조금씩 익숙해지고 자신감을 쌓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는 그 과정 속에서 내 안의 두려움을 이겨낸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꼈다.


혼자서 장을 보러 가는 것 외에도,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거나 병원에서 진료실을 찾아가는 일까지 혼자 해낼 수 있게 되었다. 남편이 집에 없을 때에도 시부모님과 대화하거나 이웃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일이 편안하게 되었다. 혼자 있는 시간도 즐길 수 있게 되었고, 집안일도 이제는 어렵지 않다.


처음에는 낯선 것들이 두려웠지만, 점차 익숙해지면서 두려움은 사라졌다. 그래서 만약 어떤 일이 망설여진다면, 시간을 두고 조금씩 익숙해지려 해 보자. 그렇게 하면 두려움을 넘어 용기가 생길 것이다. 이러한 작은 경험들이 모여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들이 있을 것이다. 때로는 두렵고, 때로는 내가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나는, 그 두려움을 딛고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 한 걸음이 결국 나를 더 큰 용기로 이끌 것이라는 믿음도 생겼다.


2024년 여름 나무.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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