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온 소중한 추억들

2024년 여름, 우체국의 실수와 작은 기적

by rufina


아침 일찍, 한국에서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노르웨이에서 반송된 세 개의 소포 상자가 부모님 댁으로 무사히 도착했다는 것이었다. 원래 폐기해도 된다고 했던 물건들이었지만, 우체부 아저씨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부모님 댁까지 직접 가져다주셨다. 마침 부모님께서 집에 계셔서 다행히 소포를 받을 수 있었다.


노르웨이로 이주하며 국제 선편 우편으로 보냈던 물건들. 상자 안에는 새것도, 값비싼 것도 없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나와 함께했던 물건들, 지인들에게 받은 소중한 선물들, 그리고 아기 용품들이 담겨 있었다. 선편이라 세 달이 넘게 걸려 도착할 예정이었는데, 그사이 우리는 새 집으로 이사를 했다. 우체국에서는 새 주소로 배송해 주겠다고 약속했기에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스템 오류로 소포는 잘못된 주소로 보내졌고, 이를 뒤늦게 알아차렸다. 우체국에 문의한 끝에 다시 새 주소로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소포는 우리의 새 집이 아닌 한국으로 반송되고 말았다.


“이런 일이 다 있나!” 새벽에 반송 사실을 확인한 순간, 황당함과 분노가 밀려왔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할 수 없었고, 결국 소중한 물건들을 잃을까 봐 두려웠다. 속상한 마음에 눈물이 쏟아졌고, 남편은 나를 다독이며 말했다.
“우리 잘못이 아니니까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기다려보자.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야.”
그의 말이 맞다는 걸 알면서도, 당시엔 그의 차분한 태도가 조금 얄밉게 느껴졌다.


우체국에서는 불편을 끼쳐 미안하다며, 분실 시 보상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었다. 내가 간절히 바라는 건 물건들이 무사히 부모님 댁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불안한 마음으로 며칠을 보내던 중, 소포가 무사히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상자 안의 물건들은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나에겐 돈으로 값을 매길 수 없는 소중한 추억과 지인들의 사랑이 담겨 있었다.


소포를 다시 품에 안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마음속 묵직했던 걱정이 사라졌다. 그 순간, 이 모든 일이 주님의 손길 속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느꼈다.


우체부 아저씨께서 그냥 물건을 폐기하셨다면,

우체부 아저씨께서 소포를 가지고 오셨을 때 부모님께서 평소처럼 텃밭에 가 계셨다면,

나의 소중한 추억은 사라질 뻔한 게 아니었는가. 이를 지켜준 주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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