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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경 Apr 23. 2019

09화 자비에 대하여

아동학대와 방임


  지금까지 자비를 사랑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한 자씩 뜯어보면 ‘자애로울 자(慈)’에, ‘슬퍼할 비(悲)’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을 얼마 전에야 알게 되었다. 다시 말해 사랑만이 아니라 연민의 뜻도 담고 있다. 함께 기뻐하고 함께 신음하는 것이 자비라는 것이다. 자비든 사랑이든 만나는 대상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아닌 남을 사랑하고 측은하게 여기는 것이니 말이다.    


  밤이 깊어갈 무렵 아동 유기로 신고가 하나 들어왔다. 아침부터 아이 우는소리가 그칠 줄 몰라 이웃집에서 나가보니 유모차로 출입문을 막아놓은 문 틈새로 아이가 몸을 반쯤 내민 체 연신 울고 있었다고 한다. 집안을 들어가 보니 아이밖에 없고 방안이건 화장실이건 오물과 쓰레기가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어 악취가 진동하는 상태였다고 한다.


  아이의 옷도 젖어 있어 일단 있는 옷으로 갈아입히고 음식을 차려 먹였다고 한다. 이후 이웃은 80대 할머니인 집주인에게 아이를 맡겼는데 날이 어두워지도록 부모가 나타나지 않자 야밤이 되어서야 신고를 한 것이다.    


  집주인은 아이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본 적조차 없다고 했다. 원래 아이 할머니와 고모가 살던 집인데 언제부턴가 아이네 식구들이 들어와 사는 것으로 보이나 계약관계는 자기 아들이 도맡아 하고 있어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다. 밤이 깊어서인지 그 아들과도 연락이 닿지 않고 있었다.


 아이는 일단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맡기고 날이 밝는 대로 전담부서에서 부모를 찾아 사실관계를 조사키로 한 후 초동조치를 마무리 지었다. 이제 3살밖에 되지 않은 여자아이를 집에 혼자 두고 그 부모는 어디 가서 무얼 하고 있을까.    


  몇 년 전 철없는 20대 부부가 생각났다. 부부는 인터넷게임에 빠져 수개월 동안 3살짜리 아들과 생후 15개월 된 쌍둥이 형제를 돌보지 않아 영양실조에 걸리게 하였다. 삼 형제는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몸무게가 정상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린 것으로 밝혀졌다. 재작년에는 20대 엄마가 집에 불을 질러 어린 3남매를 숨지게 한 입에 담기도 끔찍한 사건도 있었다.    


  한번 피어보지도 못하고 져버린 아이들이 한없이 불쌍하고 애처롭기만 하다. 부모를 목 놓아 부르며 배고파 울고 있을 어린 자식들이 가엽지도 않았을까. 그 아픔이 가슴으로 전해지지는 않는 걸까.

  사랑까지는 주지 못하더라도 함께 아파하고 신음하는 연민의 정은 꼭 간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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