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 갔던 시기는 한창 살사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였다.
살사를 배운 이후로 생긴 버킷리스트가 <해외 나가서 살사바 가기>인데 혼자 출빠는 못하겠고(한국에서도 아직 혼자는...) 아니 또 가려면 눈 딱 감고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제 막 배운 지 두 달 남짓 되었던 터라 내가 가도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을걸 알아서 일단 보류.
그래서 살사바는 아직 모르겠고 알아봐 뒀던 멕시칸 음식이나 먹으러 가자.
라틴 음악이 제법 흥겹게 흘러나온다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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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걸어갈 거리였고 나는 아이쇼핑을 하다 보면 도착하겠지 싶어서 야무지게 걸었는데 발리의 7월 햇빛은 어마무시했고 그 길의 끝에서 포기를 외치고 말았다.
발리는 주로 오토바이(스쿠터)를 이동수단으로 많이 선택하는지라 고젝 앱으로 바이크를 처음 잡았다.
근데 왜... 안 와...
그 길은 왕복 2차선의 도로였고 오후 1시 즈음의 발리는 아주 꽉꽉 막혀있었다.
하다 하다 바이크도 막혀있을 지경이었다.
그래서 하나를 취소하고 또다시 하나를 잡아탔다.
이윽고 도착한 기사님.
근데 어라 헬멧을 안 준다...?
오토바이는 옛날옛적 대학 다닐 때 썸 타던 오빠 뒤에나 한 번 타봤는데 말이죠.
생판 초면인 아저씨 뒤에, 그것도 헬멧도 없이 타려니 이걸 어찌 타나 엉거주춤.
그렇게 기사님은 못 잡고, 다리 닿는 것도 싫고, 헬멧도 없이 나의 첫 고젝 시승이 시작됐다.
엉거주춤 앉아 손을 뒤쪽으로 더듬거려 보니 바이크 뒷부분에 잡을만한 곳이 있어 양팔을 엉덩이 뒤쪽 밑에 있는 부분을 꽈악 부여잡고 갔다.
평지는 뭐 코어 운동하는 것 같고 괜찮았는데...
어라 갑자기 막 굉장히 언덕이고, 올라가고, 내려가고, 달려가고.
아 이렇게 가다 굴러 떨어지면 내 얼굴은 처참히 갈리겠구나.
이곳, 발리에서.
너무 무섭다. 어떻게 하지.
아 팔 아파.
이런 생각을 하며 덜덜 떨며 도착했다.
분명 체감 한 30분인 것 같았는데 고작 5분도 안되어 도착한 목적지.
어찌나 반갑던지.
Taco Fiesta Bali
구글 평점이 무려 4.8이었던 곳.
2층에 앉아 칩과 타코 그리고 마가리타를 주문했다.
맛은 내 사랑 이태원 하시엔다가 훨씬 맛있었지만-
분위기가 다했다.
한적한 논뷰를 보며 멍 때리는 기분.
하늘에는 연이 난다.
마가리타 반잔에 정신이 나른해진다.
이래서 낮술이란.
기대하던 라틴음악 라이브는 낮이라 연주가 없었고
사람도 별로 없었지만
그냥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여행 이틀차 오후
나른하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