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성북공정관광포럼을 다녀와서
성북공정관광포럼(2025년 10월 27일, 서울 시청자미디어센터 2층 세미나실)을 다녀오고 나니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공정관광국제포럼 조직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떠올랐습니다. 당시 아트버스킹에서 열심히 마을여행사무소를 열고 마을여행을 기획하고 실행하던 때였는데 서울관광마케팅 주식회사(현 ‘서울관광재단’ 전신)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마을에서의 관광상품을 수집해서 한 자리에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연락을 하게 됐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마을공동체 활동에 집중했던 터라 당시 마을의 상황과 관광상품으로써의 마을여행의 상품가치에 대한 논의를 담당 본부장님과 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 만남 이후로 서울공정관광국제포럼(SIFT, Seoul International Fair & Sustainable Tourism Forum)의 조직위원회에서 3년간 활동하게 되었죠. 그때에도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으로 유명 관광도시들이 관광객에 대한 보이콧과 관광객 거부 운동을 하면서 오버투어리즘과 젠트리피케이션이 큰 화두가 되었던 때였습니다. 사실 그전부터 유럽에서는 많은 논의들과 이를 위한 대책 마련, 그리고 현장의 실천들이 이뤄지고 있었는데 9년이 지난 오늘 그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여전하거나 확산되어 가고 있는 상황을 들으니 그때 열정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하지 못했다는 자책으로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드렇듯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른 법. 오늘의 공유와 공감, 그리고 대화들이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을 거란 기대를 다시 한번 해보며 2016년부터 이어진 생각들을 적어봅니다.
공정관광은 지역 주민의 삶과 그 지역의 문화와 환경을 해치지 않고 상생할 수 있는 공정한 거래를 통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관광을 말합니다. 소비의 관광이 아닌 방문자와 초대자(지역 주민)의 공동의 기억으로 만들어지는 문화들이 지역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보다는 긍정적인 영향으로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죠. 돈을 지불하고 소비와 향락에 치우친 콘텐츠만을 즐기고 떠난 지역에는 공동체 갈등이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같은 사회문제가 일어나곤 합니다. 이는 지역 공동화 문제로 이어져 아무도 찾지 않는 매력 없는 지역이 되어버리고 말죠. 그러니 지속적으로 누군가가 방문하고 그 문화를 즐기고 기억하려면 오는 이와 맞이하는 이들 모두가 좋은 관광이 되어야 되는 것입니다.
공정관광과 공정여행은 다른 걸까요? 사실 모두에게 이로운 것을 목표로 삼는다는 큰 방향에서 그다지 큰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다만 공정관광은 관광을 통해 얻는 이익을 모든 이해관계자가 공정하게 분배한다는 목표가 있고 공정여행은 공정무역에서 파생되어 환경 파괴와 문화 침해, 지역사회와 공동체들과의 관계에 더 많이 집중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그런 것인데 '공정'이라는 단어가 붙은 만큼 모두의 권익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하도록 노력한다는 점에서 동류의 개념으로 인지하고 받아들이면 어떨까 싶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환경과 문화, 그리고 지역사회와 공동체와의 관계를 이어나가고 그 안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편익을 공정하게 분배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들을 해야 할까요? 방문객을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기도 전에 방문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생각지도 못한 피해들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령 10여 년 전의 북촌이 한옥마을로 관광지화 되면서 한옥에서 거주하던 북촌 주민들은 정말 많은 고통과 상처를 받아온 것처럼 말이죠. 예전 북촌에서 열렸던 공정관광포럼에서 북촌협의회 회장님이 이제 살다 살다 내가 남의 똥까지 치워야 하냐 라는 말씀을 하신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 당시에는 공동화장실이 없었던 터라 방문객들이 집 앞에서 그렇게 대소변을 해결한다는 말씀이 참으로 어이가 없었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각인시키는 말씀이었죠.
이렇듯 관광지에서 과잉관광 문제(오버투어리즘, overtourism)도 문제지만 지역의 문화와 삶을 경험하고 싶은 FIT(Foreign Independent Tour) 트렌드로 인해 방문객을 맞이할 준비가 안된, 인프라가 없는 일반 거주지에 방문객들이 늘어나게 되면서 그 문제는 심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에어비앤비 같은 숙소 공유플랫폼이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으면서도 다른 면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 것이기도 합니다. 물론 숙소를 공유한 것이 이런 문제들을 일으키는 모든 책임을 다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가 커지는데 주요한 배경적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관광지가 아닌 지역의 깊숙한 곳에서 삶을 배우고 즐기는 관광은 사실 나쁜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역민과 관계를 맺고 인생에서의 풍요롭고 새로운 추억들을 만들고 그 나라 그 지역의 문화를 배우고 삶의 인사이트를 얻는 일은 관광 또는 여행의 가장 큰 의미이기 합니다. 어찌 보면 방문객들의 욕구는 오히려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로 인한 준비가 필요한 것이죠.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거주지들만 모여있는 단층 주거지에 자리한 우리 집 옆에 일류 제빵사가 은퇴 후 작은 빵집을 하나 열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 빵이 심지어 너무 맛나고 고급져서 알고 봤더니 진짜 일류 중에 초일류 제빵사였던 거죠. 정기적으로 그의 제자들도 찾아와서 담소를 나누기도 했는데 그 찾아온 제자들도 하나같이 유명한 제빵사였던거죠. 이웃들은 금세 빵과 그 빵집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랑도 하고 선물도 하고 SNS에도 올리기 시작했죠. 그러자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밖이 시끌시끌합니다. 아직 출근 준비하기도 이른 아침인데 말이죠. 알고 보니 그 빵집은 밤새 죽기 전에 꼭 한 번 먹어봐야 하는 빵집으로 소문이 나서 어느새 유명한 곳이 되어버린 거죠. 어디든 동네 주거지는 관광지처럼 출입구도 없고 누가 통행을 통제하지도 않으니까 다들 새벽부터 그 빵집에서 줄을 서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크게 떠들기도 하고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반쯤 마시다 만 음료를 대문 앞에 자연스레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으로 인해 사람들은 너도나도 그곳에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했죠. 그런 일들은 빵집이 하루 일과를 마쳐야 끝이 났습니다. 집에 퇴근을 하면 대문 앞에 수북이 쌓인 쓰레기를 치우며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죠. 그런 날들이 하루 이틀, 일주일, 한 달, 일 년 가까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친하게 지내던 앞 집 동년배 친구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버립니다. 그리고 그곳에 내가 봐도 매일 가고 싶은 멋진 카페가 들어섭니다. 사람들은 더 넘쳐나기 시작합니다. 하나 둘 이웃들은 사라져 가고 그런 카페들로 채워져 갑니다. 이제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K-컬처 붐에 이끌려 수도 없이 오게 되니 이곳이 이태원인지 어딘지 잘 모를 정도입니다. 그렇게 내가 조용히 일상을 살아가던 동네는 힙동네가 되어버립니다. 머리가 아파옵니다. 안 그래도 살기 힘든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머리는 아프고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왠 지 알 것 같은 화가 치밀어 올라옵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나자 분노게이지가 가득 차서 누구라도 만나면 화풀이할 것 같은 아슬아슬한 일상이 되어갑니다.
상상이 가시나요? 이런 미래가 빤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초일류 은퇴 제빵사의 이주를 막아야 하나요? 아니면 동네 골목길에 문을 달고 입장료를 받아야 할까요?(사실 비슷한 일들을 고려하는 사례가 실제 생기고도 있지만) 공권력의 도움을 받기 위해 과태료 처분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민원 신고를 쉴 새 없이 해야 할까요? 참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듯 이제는 예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오버투어리즘은 발생하게 됩니다. 이처럼 아찔한 일들을 방지하려면 모두가 행복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공정한 관광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공정관광국제포럼 조직위원 활동을 할 때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은 인도네시아나 태국에서 볼 수 있는 공정관광으로써 커뮤니티 기반 관광 CBT(Community Based Tourism)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관광위원회 혹은 마을위원회 같은 공정관광 협의체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지역사회 공동체가 주도적인 주인의식을 가지고 주민들의 의사결정권을 보장하고 관광이익이 지역사회에 공정하게 분배되도록 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주민자치회나 주민참여예산위원회 같은 협치, 거버넌스 활동의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공정관광협의체가 있어야 앞서 예로 들었지만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가져오는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이고 지역사회를 지켜나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지역사회와 공동체 그리고 문화가 지켜져야 그 살아있는 문화를 경험하기 위한 관광 또한 지속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기존 지역사회의 문화가 사라지고 알맹이 없이 어디를 가나 똑같은 카페거리가 된다면 아무도 찾지 않는 공동화의 단계로 넘어가 유령이 사는 동네처럼 바뀔 테니까요.
공정관광을 위한 협치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주민들과 상인, 기획자, 활동가, 행정, 의회 모두가 함께 하는 공정관광위원회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기존에 있는 형식에 불과한 위원회가 아니라 실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시로 듣고 반영할 수 있도록 조례도 만들고 지침과 캠페인도 설계하고 실천하는 위원회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공정관광과 협치의 개념 및 의의 등등에 대한 교육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협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커뮤니티 활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협치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이해'들을 서로 공유하고 공감하며 각자의 희생 또는 배려로 일부에 치우치지 않는 공공적 결정을 내리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공정(fair)'의 정의에 가장 걸맞은 모습입니다. 다만 이것은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꽤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다양한 지역 커뮤니티 활동을 경험해 보면 금세 알게 됩니다. 협치도 절대적 최선의 선택으로 모두의 이익을 추구해야겠지만 결국 그 선택지 중 소수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모두 또는 그저 다수가 동의하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적 한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고 모두의 합의를 이끄는 것은 어렵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그건 정말 세상에서 대략 열 번째로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상에 어려운 일들이 너무 많지만 그래도 열 손가락 안에 끼는 어려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 말입니다. 그만큼 협치는 어렵습니다. 대표주의에 의해 협치 테이블에 앉은 구성원들은 자신의 주장이 자신만의 것이 아닌 소위 대표성을 갖는 발언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율하고 합의를 해나가는 과정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그 어려운 것을 잘해가려면 대표의 의사 결정 방식, 즉 그 이해관계자들의 대표로서 그들을 대리한 입장과 의견을 잘 수렴하여 그 의견을 바탕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며 얼마나 잘 조율할 수 있는가가 관건입니다.
협치를 위한 조직 구성에서 구성원에 대한 협치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공정관광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들은 사전에 조사되었던 통계, 설문, 커뮤니티 의견서 등 속해 있는 이해관계 커뮤니티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 내용을 정리하여 조율하는 방법을 교육하여 위원으로서의 역량을 강화해야 우리가 원하는 공정관광위원회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있었던 토론들이 유의미하게 지역에 뿌려지고 논의들이 자라나게 하려면 이런 자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답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과정으로써 지속되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아끼는 애정 어린 지역이 복잡하고 살기 싫어지는 모습으로 변해간다는 것은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일까요. 지역에서 주민들을 만나보면 성북은 대부분 오랜 시간을 살아온 분들이 꽤 많습니다. 그들의 동네가, 마을이 모르는 사람들로 인해 살기 싫은 마을이 된다는 것은 참 슬픈 일입니다.
이런 생각도 듭니다. 꼭 발전해야 좋은 것일까요. 공정관광도 관광이기에 우리 지역은 관광으로 꼭 발전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도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발전을 위해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지역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일들로 지역은 변화해 갑니다. 행정의 정책으로 인해, 또는 시장 트렌드로 인해, 그리고 함께 하게 된 상인, 사업가, 기획자들로 인해 지역은 변할 수도 있습니다. 변화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 변화로 인해 영향을 받는 것들을 최대한 많이 생각해 보고 대비할 수 있도록 주민, 사업자, 기획자, 활동가, 행정, 의회 모두가 모여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서로를 공감하고 배려할 때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 성북공정관광포럼을 통해 묻어두었던 공정관광에 대한 생각들을 다시 꺼내고 나누며 지역사회의 변화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