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지만 사실 내 주변에 누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 사실 우울증을 앓고 있어’ 말하는 순간 던져지는 안타까운 시선. 그 시선은 ‘정상적이지 않다’, ‘환자다’, ‘일상이 어렵다’, ‘나와 다르다’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사람이 어떻게 몸만 아프겠는가. 마음이 아플 때는 누구에게나 있지 않은가. 다만 증상의 결과만 눈에 보일 뿐, 증상의 원인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쉽게 넘어갈 뿐이다. 일반인에게 마음의 병은 눈으로 확인하는 차원이 아닌, 말로써 ‘공감’ 해야 하는 영역이다. 개인이 중요해지는 현대인에게 공감이 쉬울 리 만무하다.
누구나 마음이 아플 수 있는 계기는 존재한다. 어떻게 견뎌야 하는지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혼자서도 잘 견딜 수 있는 경험과 타고남이 있는가 하면, 혼자서는 극복하기 어려운 경험과 타고남도 존재한다. 하지만 마음의 영역에서의 고통과 회복 과정에 대한 공감은 신체의 영역보다 냉정하고 까다롭게 바라보는 게 인간이다.
웹툰의 캐릭터를 드라마화하는데 박보영을 캐스팅한 건 잘 어울렸다. 하지만 그 캐릭터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 드라마의 소재들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소재였다는 점에서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어 보였다. 부모의 기대감이 주는 부담감, 직장에서의 압박, 내 노력의 방향과 결과에 대한 실망.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떻게든 한 번은 겪어 본 일들이었겠지만, 이런 일들로 아프다고 하면 마치 꾀병처럼 여겨졌던 일들이다.
‘마음이 아파요’라고 옆에 사람에게 말을 건네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까. ‘마음이 아파서 병원에 좀 가야 할 거 같아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개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감정으로 치부되는 마음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지만,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개인이 아픈 만큼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드라마가 좀 더 흥행하길 바랐다. 하지만 그렇기엔 너무 동화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정다은(박보영)의 경험은 너무 특수한 경험이 아니었을까. 차라리 다른 이야기가 들어갔다면, 눈에 보이는 증상이 아니라 좀 더 깊이 있게 이야기를 다뤘다면 어땠을까.
드라마라는 형식이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을 제한했다는 느낌이다. 서사를 위해 위기를 조성해 보지만, 이야기를 바라보는 시선은 위기감을 지루함으로 받아 들였다. 거기다 동화 같은 캐릭터들은 위기의 순간에 더더욱 내 주변에는 없는 인물처럼 느껴졌다. 시즌2는 없다는 듯 환자들의 에피소드를 이끌어 가는 방식도 주인공의 위기를 ‘이 또한 지나가리’란 생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드라마에 나온 증상을 실제로 겪고 있다면 이 드라마는 더욱 가볍게 느껴졌을 듯하다.
긴장감 없는 라이벌 관계.
이건 극 속에서 가볍게 다뤄지는 연애감정도 마찬가지다. 갑작스러운 연애의 시작과 아무렇지 않은 남사친-여사친 관계는 정리 없이 흘러간다.
초반 ‘흥미’에 이어 ‘관심’과 ‘이해’로 연결되는 구성이었다면 더 좋았을 거다. 몸이 아픈 만큼, 마음이 아픈 것도 꾸준한 관리와 도움이 필요하다. 내가 아프지 않다고 여겨져도, 마음이 힘들다면 병원에서 의사에게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최근 프로구단들은 선수들의 멘탈 관리를 위한 전담자를 따로 두고 있다. 우리가 프로 운동선수는 아니지만, 분명 그들만큼 치열한 사회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감기가 심해지면 다양한 병을 불러오지 않는가. 마음의 병 또한 마찬가지다. 좀 더 꺼내 보일 수 있어야 한다. 현대인들은 점점 더 개인화가 되지만, 반대급부로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 드라마는 사회 분위기를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지는 못했다. 하지만 드라마를 통해 관심을 가진 사람이 한 명이라도 늘었다면, 내 주위의 한 명의 사람이라도 덜 아프고 그로 인해 위안을 받지 않겠는가. 이 드라마의 성과는 이 정도의 개인주의에서 찾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