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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우 Sep 25. 2020

작업복 입은 저를 '그런' 시선으로 보지 말아 주세요.

놀이터 벤치에 누워있던 건설노동자

놀이터 벤치에 사람이 누워있다. 자세히 보니 안전화를 신은 작업복 차림의 건설노동자다.


벤치는 눕는 장소가 아니다 보니 이런 광경을 못 본체 하기는 어렵다. 잠시 시선이 머문다. 건축 현장에서 일하기 전에는 이런 광경을 볼 때 셋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다. 어린이가 아닌 경우라면 노숙자 혹은 취객 혹은 자유인. 하지만 현장을 경험하고서는 달라졌다.


건설 노동자들은 어디서든 한눈에 구별된다. 선선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땀에 흥건히 젖은 작업복, 곳곳에 하얗게 먼지가 묻은 작업복, 시멘트 먼지의 회색 빛깔 안전화. 그들은 건설노동자다.


현장관리인 차림새가 특별히 다를 건 없다. 똑같이 땀에 젖어있고 먼지를 입고 있다. 식당 가기 전에 세수도 하고 식당 입구에서는 신발의 먼지를 털어내고서 식당에 들어간다. 그럼에도 식당 안에 미리 자리 잡은 이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넥타이를 매고 구두를 신은 사람들의 눈초리가 느껴진다. 과연 그 시선은 편견 없는 시선이었을까. 편견이 아니었다면 나의 열등감 혹은 부끄러움이었을까.  

   




일반인이 건설노동자를 거리에서 마주하는 시간은 점심시간이다. 사무직 직장인은 식사를 하고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하며 산책을 하거나 사무실 자리에서 휴식을 취한다. 건설 노동자는 식사를 하고서 편의점 앞에서 달달한 캔 커피를 마시고 보통 낮잠을 잔다. 종일 몸을 사용하는 고된 노동이기 때문이다.      


낮잠은 어디서 잘까. 대형 건설사의 경우 휴게실을 마련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장이 작으면 작을수록 노동자를 위한 현장 내에 휴식공간을 마련하기 힘들다. 그러면 현장 자재를 콘크리트 바닥 위에 깔아놓고 잔다. 운이 좋으면 단열재와 같은 푹신한 매트리스를 갈고서 눕는다. 때론 그늘이 있는 놀이터에 가서 잠을 청한다. 자동차에 가서 잠을 청하는 이도 있다.


이들은 1시가 되면 다시 현장으로 복귀해 작업을 시작한다. 건설노동자가 놀이터에 가는 이유는 점심시간에 편히  휴식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놀이터 벤치가 그나마 쾌적한 공간이다. 휴식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보니 휴식 시간은 의미가 없다. 쉬고 싶으면 노동자가 쉴만한 장소를 찾아야 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소규모 현장에서는 융통성을 발휘해 차라리 점심시간에 밥만 먹고 따로 쉬지 않는다. 쉬는 시간 없이 일하고 일찍 퇴근하는 것이다.     



휴식시간은 법적으로 보장된다. 하지만 휴식공간에 관한  조항은 없다. 휴식시간이 되면 대부분 현장에 설치된 흡연구역에서 흡연을 하거나 편의점으로 향한다. 때때로 현장  흡연구역도 마련되지 않은 곳도 있다. 길가에 쭈그려 앉아 흡연을 한다.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린다. 현장  흡연공간과 점심시간 낮잠을 위한 낮잠 공간은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서울 강남에서 한때 낮잠카페가 유행이었다. 이로 인한 영향이었을까. 낮잠 공간을 마련하고 권하는 회사들이 차츰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낮잠 공간이 가장 시급한 건설현장은 그렇지 않다.  




휴식시간은 노동자의 권리다. 쉴만한 사람을 판별하여 휴식 시간을 보장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자격을 따져서는 안 된다.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하는 동안 휴식이 필요하다. 잠깐 눈 붙일 여유가 필요하다. 건설 노동자뿐일까. 우리 사회에는 이런 어두운 그늘이 곳곳에 드리워있다. 지하에 불법으로 마련한 미화원 쉼터도 화제가 되었다. 남의 집을 짓는 이들은 집 밖에서 휴식을 취하고 누군가의 쾌적한 공간을 위해 청결을 유지하는 미화원들은 쾌적함을 포기해야만 쉴 수 있는 공간에서 구겨진 휴식을 겨우 얻어낸다. 이제는 더 이상 놀이터에 누워 있거나 길거리에 쭈그려 앉은 노동자들을 '그런' 시선으로 쳐다보지 않길 바란다. 그들이 거리로 나오게 된 것은 현장에 쉴만한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2018년이지만 기쁜 소식이기에 기사 하나를 첨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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