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엠복서 관전 포인트와 아쉬운 점

[후기] tvN 복싱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이엠복서> 후기

by 현우

* 일부 아이엠복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취미로 복싱을 수련하는 일반인의 주먹은 복싱선수 안면에 닿을 수 있을까? 프로선수와 아마추어선수 중 누가 더 복싱을 잘할까? 종합격투기(MMA)와 복싱이 맞붙는다면? 경기 규칙과 시합장에 따라 달라질 테고 개인 실력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 복싱은 링에서 붙어보기 전까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렇다면 실제로 붙여보면 되지 않겠는가? 지난 연말부터 복싱인들 사이에서 뜨거운 화제가 된 프로그램이 있다. 매주 금요일 밤에 방영하는 tvN 복싱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이 엠 복서>다. 참고로 필자는 재방송을 챙겨볼 수밖에 없다. 금요일 밤이면 복싱장에서 스파링하고 샌드백을 쳐야 하니까. 아마도 필자처럼 복싱에 빠진 사람들은 복싱하느라 본방을 못 챙겨봤을지도 모르겠다.


<아이 엠 복서>는 넷플릭스의 <피지컬 100>과 유사한 서바이벌 형식을 띤 복싱 프로그램이다. 배우 마동석, 방송인 김종국, 덱스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대한복싱협회와 프로복싱협회 소속 심판들이 판정한다.


복싱 선수만 참가한 건 아니다. 엘리트 복싱 선수, 프로 복싱 선수뿐만 아니라 복싱을 취미로 즐기는 인플루언서와 일반인 등이 참가했다. 격투계에서 유명한 명현만 선수, 전국체전 15연패를 달성한 김동회 선수, 동양 챔피언이자 세계랭킹 5위까지 오른 이력이 있는 김민욱 선수, 1976년생 장혁 배우까지.


일반인 복서의 반전 활약


필자는 3년 동안 복싱을 매주 수련하고 대회에 출전한 이력도 있다. 게다가 열 번 가까이 직관에 다녀온 복싱 팬이다. <아이 엠 복서>는 복싱의 매력을 잘 표현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복싱 팬으로서 몇 가지 관전 포인트를 소개하고 아쉬웠던 점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일반인의 반전 활약'이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시합은 육준서와 조현재의 8강전(9화 방영)이다. 육준서는 1년 차 복서이고 조현재는 체중, 체고, 용인대를 거친 국군체육부대 실업팀 소속 복싱선수다. 경력만 보면 등록한 지 얼마 안 된 관원과 챔피언 출신 관장의 스파링이 그려지는 그림이다.


둘의 8강전은 리벤지다. 이전 미션에서 맞붙었고 조현재가 육준서를 압도하면서 승리했다. 육준서는 탈락했지만 패자부활전 타이어 매치에서 김민우 선수와 박빙의 경기를 펼친 후 살아 올라왔다.


8강전 초반부는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조현재는 육준서를 상대로 고전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아마추어 특유의 화려한 스텝과 유연한 상체 움직임을 살려 육준서의 안면과 복부를 공략한다.


그러던 찰나에 링 바닥에 한 사람이 쓰러지는 소리가 나고 장내가 술렁인다. 육준서의 스트레이트가 조현재 턱에 적중한 것이다. 다운당한 조현재는 많이 당황한 듯한 모습이지만 이후 더욱 간결하고 빠른 펀치로 경기를 압도하기 시작한다.


결과적으로 조현재가 판정승으로 승리한다. 승패와 관계없이 조현재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복싱의 예술적인 면을, 육준서는 기술은 좀 투박하더라도 꺾이지 않는 복서의 정신을 몸으로 보여줬다.


패자인 육준서 선수가 더욱 인상 깊었다. <아이 엠 복서> 1~2화 초반부만 하더라도 턱이 들리는 위험한 장면이 나왔었는데 뒤로 갈수록 단점이 보완되는 모습이 보였다. 3년 동안 복싱하면서 자신의 단점을 고치려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려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엘리트 복싱 선수에게 도전하는 모습뿐만 아니라 짧은 시간 내에 성장한 모습이 놀라웠다. 그런 의미에서 4화에서 방영된 국승준 선수와 특전사 출신 일반인 김동현의 시합도 재밌었다.


복싱은 싸움이 아닌, 스포츠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다른 무대에서 활동하던 격투기 선수들의 대결이다. 먼저 MMA 선수와 복싱선수가 복싱 규칙으로 붙는다면 누가 이길까? MMA 선수(권아솔, 김민우, 편예준 등)와 무에타이 선수(김현준, 신동현)가 출전하여 무대에서 보여준 놀라운 복싱 실력을 볼 수 있다. 우스갯소리로 '강한 놈이 이긴다'는 말이 있는데 방송을 통해 확인해 보길 바란다.


같은 복싱 링에 오르지만 프로 무대에서 활동하는 선수와 아마추어 무대에서 활동하는 선수도 격돌한다. 프로 경기는 라운드당 3분, 최소 4라운드로 진행된다. 세계챔피언전은 12라운드다. 아마추어 경기는 라운드당 3분, 3라운드로 진행된다. 라운드가 짧기 때문에 밀도 높은 승부가 펼쳐진다. 프로 경기에 비해 주먹 숫자와 움직임이 많고 속도가 빠르다.


반면 프로 시합은 라운드가 길기 때문에 체력 관리와 효율적인 움직임, 상대에게 데미지 있는 강력한 공격이 중요하다. 프로는 누가 강한지 겨룬다면, 아마추어는 누가 기술이 훌륭한지 겨룬다고 보면 된다.


대부분 미션은 단시간에 실력을 겨루기 때문에 아마추어 선수가 유리했다. 하지만 8강전은 3분 6라운드로 진행되면서 프로선수에게 유리한 무대가 마련된다.


마지막 관전 포인트는 미션 때마다 달라지는 경기 규칙이다. 글러브를 착용하고 주먹을 사용한다는 점은 공통적이지만 미션 때마다 경기 규칙이 조금씩 달라진다. 본래 복싱링은 6.1m×6.1m 정사각형 링이다. <아이 엠 복서>에는 직사각형 링도 나오고, 링 줄이 없는 원형 링도 나온다. 심지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연출로 비가 내리는 복싱링도 있다.


세 가지 관전 포인트로 <아이 엠 복서>를 본다면 복싱이라는 스포츠가 더 이상 '저급한 싸움'으로만 보이진 않을 것이다. 게다가 치열한 전투 끝에 서로를 향한 존중과 따뜻한 포옹은 복싱의 매력을 빛나게 한다.


스포츠는 공정성이 생명이다


복싱 팬으로서 <아이 엠 복서>를 시청하며 아쉬웠던 점도 있다. 첫째, 프로선수는 몇 명을 제외하곤 4라운드 선수가 대다수다. 반면 아마추어에서는 전국체전을 우승 이력 등이 있는 최정상 선수들을 섭외했다. 4라운드 프로선수라고 하여 실력이 부족한 건 아니지만, 프로는 라운드 수가 올라갈수록 당연히 선수의 수준도 올라간다.


6라운드나 10라운드를 뛰는 선수를 섭외했다면 어땠을까? 섭외를 거절했을 가능성도 있으나, 우리나라에는 지금도 동양 챔피언으로 활동하는 몇 명의 프로선수가 있다. 이 선수들이 <아이 엠 복서>에 출연했다면 좀 더 다양한 복싱 매력을 선보이지 않았을까?


둘째, 스포츠로서 공정성이다. <아이 엠 복서>에서는 몇 번의 미션 이후 패자부활전이 시행됐다. 패자부활전은 탈락한 이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시청자와 선수 모두의 아쉬움을 달래는 좋은 수단이다.


그런데 패자부활전 때마다 특별한 기준 없이 진행자 혹은 제작진의 주관대로 시행됐다. 유튜버 '복싱뻔치'는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공정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 엠 복서> 패자부활전에서 공정성이 많이 깨졌다고 표현했다. 동의한다. 게다가 몇몇 미션은 특별한 규칙도 없이 진행자의 재량으로 경기를 멈추는 장면도 여럿 연출되었다.


아마추어 복싱과 프로 복싱을 막론하고 꾸준히 지적되어 온 것이 '공정성'이다. 얼마 전에도 프로 복싱 직관을 다녀왔는데 '편파 판정'에 물든 몇 개의 시합 결과를 봤다. 한국 선수를 띄우기 위한 홍보사와 협회의 편파 판정으로밖에 이해되지 않아서 안타까웠다. 한국 복싱, 이렇게 해서는 대중의 관심과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공정하지 않은 스포츠를 누가 보고, 응원하겠는가.


도전의 불씨를 타오르게 하는 '아이엠복서'


지난 연말 서울신인선수권대회에 도전했다. 취미인으로서 복싱 여정은 계속되겠지만, 시합으로서 도전은 마침표가 찍힌 것으로 여겼다. 어느덧 삼십 대 후반에 들어섰으니 말이다. 게다가 '낮에는 직장 생활하며 저녁에 잠깐 운동하는 직장인이 무슨 수로 밥 먹고 복싱만 하는 실업팀 선수를 이겨?'라고 생각했다.


"훈련의 목적은 미래를 바꾸는 것이다.
원래 질 수밖에 없었을 결과를 바꾸기 위해 훈련하는 것이다."
- 소설 <헤드샷>


리타 불윙클의 소설 <헤드샷>에 나오는 문장이다. 아이엠복서를 보고 도전의 불씨가 조금씩 타오른다. 1976년생 장혁의 도전도, 1년 차 복싱인 육준서의 도전도 동기 부여가 되었다. 아마추어대회는 만 40세까지 출전이 가능하다. 거꾸로 생각하면 몇 년 남지 않았으니 도전해보는 것에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과연 내 주먹은 선수 안면에 닿을 수 있을까? 궁금하다.


어쩌면 금세 이 불씨가 사그라들지도 모르겠다. 아이엠복서 열기가 식지 않도록 꾸준히 샌드백을 두드리고 허공의 상대에게 열심히 주먹을 던져야겠다.


복싱이 아니더라도 좋다. 올해 결심하거나 마음먹은 것들이 금세 흐려지려 한다면 링 위의 뜨거운 복서들을 보라. 복싱은 삶과 정말 닮아있어 복서가 아닌 당신에게도 반드시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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