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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른비 Jan 23. 2018

오타루(小樽) 풍경

18호 태풍 '탈림' 체험기

새날이 밝았습니다.

요이치에 있는 니카 위스키 증류소 견학 후 오타루 구경이라는 일정이 잡혀 있는 날이었죠.

사실 홋카이도 일정 중에서 가장 기대가 큰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치밀한 검색 끝에 가장 효과적으로 갈 수 있는 기차 시간표를 찾아내고 하루 전에 미리 차표를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삿포로 스타벅스에서 아침 식사 후 요이치행 기차를 갈아 탈 오타루 역으로 향했습니다.


그날의 흔적.... 

작년 9월에는 18호 태풍 탈림이 일본 열도를 휩쓸고 지나갔었죠. 마지막으로 홋카이도까지 와서 피해를 입혔는데 그 기간이 딱 여행기간의 후반부와 일치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오타루 역에서 악천후 때문에 공장 견학이 중지됐다는 안내문을 보게 됐습니다.

설마설마했는데 오전 일정이 한방에 날아가 버렸네요.

할 수 없으니 오타루 시내 구경이나 가자고 길을 나섰는데 너무 이른 시간이라 문을 연 집도 별로 없고

그 와중에 비는 가로로 오고 있고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교차로에서 비옷을 입고 있는 청년이 말을 걸어옵니다.

'인력거 타세요' 

평소 같았으면 귓등으로도 안 들었을 텐데 이날은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어서 일단 그러자고 해버렸네요.

그렇게 따라온 인력거 보관소.

날씨를 고려해 담요와 비닐 방수포까지 꼼꼼하게 싸매 준 후에 밖으로 나섰습니다.

날씨가 엉망진창이니 인력거를 끄는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풍경을 즐겼습니다. 바스러졌던 멘탈이 조금씩 살아날 무렵에 인력거 투어는 끝납니다.

원래 들었던 이용요금에 이천엔 가량을 팁으로 드리고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에 가서

손으로 꼼꼼히 쓴 영수증과 엽서 세트를 선물로 주더라고요. 여행지에서 인력거 투어 같은 것들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는데 한 번쯤 겪어봐도 될 것 같네요. 

야경이나 설경이 기가 막히다는 운하도 보고

운하를 구경하는 사람들도 보고

가마에이에 가서 어묵 만드는 과정도 구경하고 집에 들고 올 것들도 잔뜩 샀습니다.

식구들 중에 여행지에서 쇼핑을 자제 못하는 사람이 둘 있는데 그 사람들이 같이 여행을 왔더니 가는 데마다

쇼핑을...

그냥 갈 수 없으니 그 자리에서 맛 볼 어묵도 몇 개 샀습니다. 

어묵도 맛있었지만 먹고 가는 사람들을 위해 차를 서비스해주는 세심함도 갖췄더라고요.

수많은 롯카테이와 르타오샵들을 구경 및 쇼핑하다가 소프트 아이스크림도 맛보고

빼먹으면 섭섭하다는 오타루 오르골당에도 갔습니다.

규모가 정말 어마어마하네요.

어머니께서는 모리를 생각하며 웰시코기 모양의 오르골을 구입하셨습니다. 

빗줄기가 슬슬 약해져 갑니다.

인력거를 타고 지나쳤던 옛날 은행 건물.

오타루가 예전에는 돈이 넘쳐나서 은행이 도처에 널려 있었다고 합니다. 

근사한 건물도 많고 해서 나중에 좀 더 느긋하게 가보고 싶어 졌어요.

구경은 대충 다 했고 점심밥을 먹기 위해 이세즈시를 찾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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