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umierumie Jun 11. 2023

런던의 여름과 웰니스 데이 (wellness day)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스카프에 바람막이까지 걸치고 돌아다녔는데, 지난주부터 매일 25도 즈음까지 온도가 올라간다.


금요일,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마당을 보면서 아침을 먹다가 하루 일정을 살폈다. 일주일 동안 작업한 고객 여정 맵을 최종 점검하는 일. 그리고 온라인 미팅이 몇 개 있지만, 캐주얼한 체크인 정도의 미팅이라 장소 부담 없이 진행 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 결심했다.

런던 거리와 카페를 오늘의 오피스로 만들어야지. 마침 회사에서 정한 웰니스 데이 (wellness day, 한 달에 하루, 미팅 없이 개인의 웰빙을 위한 활동을 권장하는 날이다. 웰니스 데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개인의 자유다.)


회사 랩탑과 간단한 필기도구를 챙겨 지하철을 탔다. 160살 먹은 런던 지하철에는 에어컨이 없는 라인도 있기 때문에, 날씨가 조금만 더워져도 여름이 느껴졌다. 미리 준비한 생수를 한 모금씩 마시며 열을 식혔다.


지하철에는 가벼운 옷차림의 사람들이 가득했다. 피크닉을 위해서 커다란 아이스박스와 에코백을 준비한 사람들. 함께 탄 강아지는 벌써 더운지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점심시간쯤인데 벌써 차가운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도 보였다.


카페로 향하는 길에 공원을 따라 걸었다. 여기저기 돗자리를 깔고 누워있는 사람들. 런던에 햇빛 좋은 날이 많지 않다 보니, 해만 뜨면 다들 나와서 눕는다. 누울 때 본격적으로 수영복만 입고 맥반석 오징어 같은 비주얼로 온몸을 굽는 사람들이 많다.


빨갛게 살이 익을 정도로 햇빛을 받는 사람들을 보니까 갑자기 비타민D를 충전하고 싶어졌다. 소매를 걷어 올리고 공원 벤치에 앉아서 잠시 그 순간을 즐겼다. 새소리, 빨간 2층 버스, 분수대에서 물이 뿜어져 나올 때마다 소리를 지르며 깔깔대는 아이들.


정수리가 뜨거워질 때쯤, 카페에 도착했다. 아이스라떼를 호로록 마시면서 업무를 하니까 런던의 여름이 더 좋아졌다. 적당히 덥고, 입 안은 시원하고, 업무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해피 프라이데이!”


오후 세시쯤, 웰니스데이 200% 사용 방법이라며 밖에 나가서 햇빛을 즐기라는 보스의 메시지를 끝으로 업무가 끝났다.


날씨가 더워진 것뿐인데, 런던의 분위기가 한껏 여유로워졌다. 해가 나오면 도시 전체가 약속이나 한 듯이 느긋해지는 이 상황. 런던에 여러 해를 살았어도 여전히 신기한 광경이다. 플래시몹을 보는 것 같아서 재미있기도 하고.


성큼 다가온 런던의 여름과 웰니스 데이의 꿀조합을 즐기고 나니까 에너지가 충전된다. 충전된 에너지를 단숨에 브런치에 쏟아본다.


부디 다음 웰니스데이도 햇빛 찬란한 여름날이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