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2년 전 몸이 아픈 뒤로 다니던 베이커리를 그만뒀다. 긴 항암이 끝에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긴 했지만 아직 주기적으로 병원에 다녀야 하는 까닭에 일을 구하기 어려웠다. 불안한 마음에 집 근처 카페에 파트타임 면접을 봤지만 4대 보험과 주휴수당이 없고 수습기간 동안은 급여가 없다는 소리에 자존감이 무너져 내렸다. 면접을 보는 내내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어 슬픈 표정을 짓었더니 결국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한동안 알 수 없는 패배감에 무기력한 마음으로 살았다.
친구며 언니며 이 글을 쓰고 있는 카페 맞은편에 앉은 손님도 요양보호사를 땄다고 했다. 예전엔 컴퓨터 자격증을 많이 땄는데… 중년으로 접어드니 또래들 사이에선 사회복지사, 간호조무사 같은 신종 자격증이 유행이다. 이런 대세의 흐름에 발을 담글까도 생각했지만 더 이상 자격증을 목적으로 공부할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돈과 시간을 들여 자격증을 따고 일을 구한 들, 다시 그 일로 돈을 벌기 위해선 또 다른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한다는 걸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부부자식 사이에도 쉽지 않은 그 일을 내가 버텨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그러다 또다시 무리가 오면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남길 것이 뻔했다. 돈이 아쉽지 않은 건 아니지만, 지금으로선 가족을 돌보고 일상과 스스로를 챙기는 일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하는 일은 아껴 쓰는 벌이이다. 햇반을 사는 대신 직접 밥을 안치고, 배달을 시키는 대신 품을 들여 요리를 한다. 예전엔 보이는 데로 장을 봤지만, 이제는 장날을 이용하거나 여러 곳을 알아보고 꼼꼼히 따져가며 구입을 한다. 대형 마트에서 이만 원이 넘는 수박을 장날에 오천 원을 주고 데려 오면서 만 오천워치의 행복 같은 걸 느낀다. 자연히 과시를 위한 물건을 구입하지 않는다. 일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보상 소비도 사라졌다. 집안일 역시 육체적으로 만만치 않은 강도이지만, 수위를 조절하며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그때그때 풀려고 한다.
이제 통장에 다달이 돈이 꼽히지 않는 일을 한다. 매일 집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지만 이런 벌이 없는 일들은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세상은 나 같은 사람을 백수라고 하는 거 같다. 반려인은 자신의 월급은 함께 버는 거나 다름없다고 하지만 어쩌면 당연한 그 말에 울컥했던 적도 있다.
확실히 수입이 줄고 물가가 오르니 모이는 돈도 적어졌다. 그럼에도 시간의 여유가 생기니 몸과 마음은 한 결 편안하게 느낀다. 이것도 일종의 비움의 효과라고 생각한다. 그릇을 줄이고 아끼는 법을 배우니 가진 것에 대한 소중함이 깊어지고, 더 자주 충만함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