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일본 마케터란?
요즘 한국은 취업난이라고 한다, 아니 취업난이다.
실제로 채용사이트 게시판을 둘러봐도 "요즘 진짜 한파다"라는 글이 많이 보인다.
그런데 의외로 일본 마케팅 직무의 공고는 꾸준히 올라오고, 또 금방 사라지지도 않는다.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가 없어서 못 뽑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일본 마케팅 관련 채용 공고가 많이 달라졌다.
예전만 해도 일본어학과를 나왔으면 무난히 지원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기업들도 '일본 현지의 감각'을 가진 사람을 선호하는 것 같다.
실제로 채용 공고를 보면 '일본 현지 5년 이상 거주자 우대',
최근에는 '일본인 우대'라는 문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마 기업들이 많이 데었기 때문이 아닐까?
일본어가 가능하다고 해서 채용했더니 비즈니스 일본어를 제대로 못하거나,
광고에서는 쓰면 안 되는 일본어 표현을 쓰거나,
일본 시장의 감각을 이해하지 못한 채 한국식 디자인으로 접근하거나 하는 경우들 말이다.
하지만 나는 궁금하다.
과연 '일본 현지에서 5년 이상 거주'나 '일본인'이라는 조건이
일본 마케팅을 잘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정말로 일본 마케팅을 잘하는 마케터란 어떤 사람일까?
일본의 대행사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광고주와 동료들,
그리고 다른 대행사의 마케터들과도 많이 교류하며 느낀 점이 있다.
일본인이라고 무조건 일본 시장을 잘 이해하는 게 아니라,
'마케팅을 잘하는 사람'이 결국 마케팅을 잘한다는 거다.
그래서 요즘 한국에서 일본 마케팅 관련 채용 공고를 볼 때마다 약간의 위화감을 느낀다.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고 해서 다들 한국 국내 마케팅을 잘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결국 마케팅은 자기가 타겟하는 소비자, 유저의 니즈를 고민하고 이해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가설을 세워, 그들의 관심을 끌 만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현지에서 오래 살았다'거나 '일본인이다'라는 건
결국 일본어를 잘한다는 뜻이지,
일본 마케팅을 잘한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일본에서 일본인 마케터들과 경쟁하면서 그런 점을 피부로 느꼈다.
물론 나는 일본인들만큼 일본어가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후킹 포인트'나 '소구점'만큼은 일본인 마케터들보다
더 날카롭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내 자랑으로 글을 마무리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일본 마케터 채용을 고민하고 있는 기업 담당자분들께
이런 시각도 있다는 걸 꼭 상기시키고 싶어서 이 글을 쓴다.
일본인이거나 일본에 오래 살았다고 해서 일본 마케팅을 잘하는 게 아니다.
정말 중요한 건 일본 소비자와 유저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탐구,
그리고 그들의 니즈를 정확히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