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본의 광고대행사에서 일하고 있다. 첫사랑을 못 잊는 사람처럼 첫 사회생활이었던 고작 3개월 뿐이었던 광고회사의 인턴경험은 나를 결국 광고회사에 정착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현재 일본에서 일본 국내 광고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독특한 시장인 일본을 알고 싶다는 생각에 일본 광고회사에 지원하게 되었고 나의 열정이 보였는지 나는 우리 부서의 최초의 외국인 내정인이 되었다.
사실 외국인이 일본에서 일본 국내 마케팅은 한다는 건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왜냐면 안그래도 폐쇄적인 사회인데 굳이 일본인이 있는데 외국인이 일본 국내 마케팅을...? 하지만 일본 사회 통념을 생각하면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이 우리 회사에서는 가능하다.
어쨌든 그런 이야기는 뒤로 하고 우리 회사는 일본 국내에서는 꽤 이름 있는 광고주들과 지속적으로 일을 진행하며 성과를 보이고 있다. 선배들도 다 어디서 유명한 곳에서 경력 쌓고 오신 능력자 분들이 많아서 배울 것도 많다. 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다들 '일본 한정'이라는 것이다.
보통 이정도 규모되면 해외 기업 중 일본에서 프로모션 하고 싶은 회사랑 일할 법도 한데, 일본 국내 발주로도 충분히 매출이 나오니까 딱히 해외 기업과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다들 일본어 밖에 못한다는 점...
아니 다들 이렇게 퍼포먼스 잘하는데,, 왜?
한국에서 회사 생활 할 때, 광고 대행사의 일본팀이라고 하는데 일본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을 많이 봐온 나로써는 이렇게 광고를 잘만들고 퍼포먼스 결과도 잘 내는데 단지 외국어를 못해서 해외기업과 일을 못하는 건 매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일본 진출하고 일본에서 프로모션 하고 싶은 회사들 많으니까 한번 광고 영업 해볼게요!
라고 무슨 자신감인지 당당하게 상사한테 내뱉어버렸다. 상사는 이게 웬 떡이야, 했을 거다. 외국인 직원이 갑자기 해외 클라이언트를 찾아온다고 하니.. zoom에서 상사와 카메라 키지 않고 대화를 진행했지만, 난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웃고 있다는 걸..
그렇게 나는 지금 맨땅에 헤딩 중이다. 일본 국내에서는 꽤나 알려졌지만, 이 회사에서는 해외 기업에 하는 '첫' 광고 영업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전에 광고대행사나 콘텐츠 회사에서는 기존 클라이언트와의 커뮤니케이션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여기저기 두드리고 "우리 잘한다니까요? 이런 거 해왔다니까요?" 라고 영업해야된다는 점이 처음이라 사실 약간 두렵기도 하였다.
호기롭게 말은 꺼내놨는데 아무런 결과도 못얻으면 어떡하지..?
하지만 회사에서도 프로모션 본부에 외국인을 채용했을 땐 무언가 새로운 바람을 원하고 나를 뽑은거겠지.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한국의 많은 기업이 일본에 진출하고 싶어하지만, 사실 한국에 일본을 잘 아는 전문가들이 적은 건 사실이니까. 그게 아마도 각 기업 일본 마케터들의 고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