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마케터, 도전해볼까?
학원으로부터의 연락은 생각보다 많이 왔다. 금요일에 사람인에 이력서를 올리면서 관심 업무로 학원을 설정했는데, 주말 동안 대치동의 몇 개 학원에서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학원인데요, (…) 저희는 평일은 3시부터 10시, 주말에는 10시부터 근무가 시작돼요.”
그렇습니까. 이 땅의 학원 선생님들 정말 존경합니다. 정말로요. 모든 선생님들 파이팅.
주말출근밖에는 답이 없는 건가, 고민을 하며 채용공고를 보자니 자신이 없어졌다. 11년 동안 과외를 통해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내가 남을 가르치는데 소질이 있다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책상을 앞에 두고 학생이 조금이라도 흥미를 잃고 몸을 배배 꼬면, 머리 꼭대기에서부터 피로감이 흘러내림을 고백한다. 이렇게 고민하던 차에 “SNS 콘텐츠 작가(라이터) 모집”이라는 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모집내용을 봤더니, 이건 마치 나를 소개한 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격요건이 내 모습과 들어맞았다.
운이 좋게도 나는 고양이를 키우면서 근 2년 동안 매일매일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고 있었고, 그것이 반응이 좋아 4.5만 이상의 팔로워님들이 있었다. 최근에는 유튜브가 하도 뜨겁기에, 나도 여기에 편승 좀 해보고자 고양이를 찍어놓은 비디오를 유튜브에 하나씩 올리고 있던 차였다.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편집해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포토샵과 영상편집 프로그램을 조금은 만질 수 있는 정도가 되어있었다. 국어국문과로 대학원까지 다닌 마당이니 콘텐츠 제작을 위한 스크립트는 써낼 수 있는 수준.
옳다구나 하고 SNS 콘텐츠 관련 채용에 맞는 이력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내가 재밌어서 꾸준히 하던 SNS이니만큼 신나는 마음으로 이력서를 써 내려갔다. 얼렁뚱땅 써 내려간 기존의 이력서는 삭제하고, 이직을 준비하는 남편 옆에서 그래도 (꼴에) 국어국문학과라고 기웃대던 이력서의 양식을 생각하며 소제목도 달아가면서 내가 운영하고 있는 SNS 활동에 대해 기술해나갔다.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유튜브 채널 2개 운영, 블로그 4년째 운영. SNS 활동을 하며 진행했던 공구 및 제품 홍보활동. 사진과 영상 편집 가능까지.
자기소개서의 텍스트만으로는 SNS 활동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기에 한계가 있어서 포트폴리오도 만들었다. 맞는 양식 인지도 모르고, 그냥 ppt에 내 활동을 캡처해서 모아놓은 것이다.
잠깐, 저의 구직 과정이 너무 우연의 우연으로, ‘문득’ 눈에 들어온 공고에서 또 ‘문득’ 눈에 들어온 공고로 넘어간다고요? 제가 생각해도 저의 구직 방향은 뜬금없게 흘러갑니다. 하지만 원래 인생이란 게 좀 뜬금없지 않나요?
이렇게 완성한 이력서,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를 이제는 SNS 콘텐츠 작가, 디지털 마케팅 기획자, 유튜브 작가, 스토리텔링 콘텐츠 기획운영자, 소셜 마케팅 기획운영자, 온라인 마케터, 콘텐츠 마케터 모집 회사에 또 “뿌렸다”. 사람인에 뜬 공고에 다 뿌리고 나서, 원티드에 가입하여 또 “뿌렸다”. 그리고 몇 군데의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