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의 집안일 - 잔디가 내게 준 교훈

잡초들을 봐 그게 너여 너!

by 구월애

나는 백 살이 넘은 낡고 오래된 하우스에서 산다.

나무를 돌보고 잔디를 깎고 뒷마당을 가꾸는 건 모두 내 일이다.

내가 비를 엄청 사랑하지만 2주 동안 엄청 오니 사랑인지 아닌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하수구가 막히고, 집에서 습한 냄새가 나고 곰팡이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와서 요즘 괴롭다. 바로 제습기를 가동하고 꿉꿉한 냄새가 나지 않도록 향초도 켜고 노력하지만 이 백 년의 기운을 없앨 수가 없다.

백 년 묵은 집 You win!


오늘 갑자기 비가 멈췄다.

아침에 유기농 마켓을 얼른 다녀오고 나서 그 음식을 먹고 힘을 내서 해가 살짝 떴을 때 얼른 잔디를 밀었다.

잔디가 너무 길어지면 아주 곤욕이니까.

잔디가 젖어서 몇 번을 밀고, 기계가 멈추고

잔디 깎는 기계를 들었다 놨다 하면서 젖은 잔디를 빼내고 몇 번을 했다니 마당이 엉망.


쉬운 일이 아니지만 여태 난 혼자 이일을 다하면서 살고 있다. 한때 고민한 적이 있다. 내가 남편이 있었으면 이런 일 안 해도 될 텐데, 전구를 갈거니 전기가 나가거나 비가 세거나, 아니면 오래된 보일러가터졌을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리며, 발을 동동 구르고, 응급으로 비싼 돈을 주며 사람을 부르고 직장도 못 나가고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됐을 텐데…

집안에 큰일이 터질 때마다 난 남편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을 했다고 남편이 있는 친구에게 말한 적이 있다.


남편 있는 친구 왈:

“야 남편이 있어도 내가 다해. 그 사람은 집에 오면 전구도 안 갈아줘. 착각하지마”

“원수 같은 남편을 데리고 살면서 밥해주고 빨래해주고 해달라고 싸우는 것보다 차라리 돈 들여서 사람을 부르는 게 인생이 더 편해”


나: “아 그래?

돈을 더 많이 벌어서 사람을 불러야 겠군”


그래서, 누구에게 기대려고, 이런 잡일을 해달라고 결혼을 생각하면 안 되겠구나 맘을 먹게 됐다.

“네? 나만 이런 멍청한 생각을 했다고요?

아닐걸요?

생각해 보세요. 다들 어떤 면에서 힘들 때

부인이 있으면, 남편이 있으면 좋았을 텐데 해보신 적 있지 않나요?

잘 생각해 보세요. 반드시 있을 테니…”


다시 집안 일로 돌아와서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면서 잔디를 겨우 대충 잘 깎았다.

슬리퍼를 신고 일했는데 글쎄 잔디가 들어가서 발가락이랑 발톱이 초록색이 되어 버렸다. 무슨 봉숭아 물든 것도 아니고, 잔디를 깎으면서 초록물이 들다니.

손바닥만 한 잔디를 깎는데도 이렇게 힘든데 잔디가 작아서 얼마나 다행이야 휴우~~

쓰레기통에 잔디 가루 죄다 쓸어서 넣고

아래 사진에 보이는 잡초들은 다 뽑고

민트 얘는 정말 천하의 무적, 아무리 뽑아도 끊임없이 또 난다. 잘 뜯어서 월남쌈에 넣어 먹어야 할 듯.

바쁘다고 내팽개친 가든을 잡초가 완전히 점령을 했다.

게으르고 넋을 놓으면 잡초는 바로 치고 자라 버리고 만다.

‘우하하하~ ‘

‘나의 게으름의 결과가 이만큼이야’ 하고 나를 보고 비웃는다.

아래 사진을 보니 나의 게으름이 저만치 자랐구나.

잡초도 뽑고 잔디가루는 물청소로 치우고

오래된 집 티가 팍팍 난다.

난 너무 이쁘게 하고 사는 것을 포기 한지 오래다.

1인 가구가 완벽하게 잘하고 살려면 하루에 3시간 자고 농부처럼 열심히 일해야 한다.

우선순위를 두고 24시간을 어디에 쏟고 살지 정해서 살지 않으면 안 된다.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완벽하게 다 잘하고 살려면 생각만해도 피곤할 것 같다.

그래도, 올해는 잡초를 좀 없애보자.

(게으름을 없애자와 같은 말이다 ㅎㅎ)

물이 마르니 우리 아이들 쉬하러 가네ㅎㅎㅎ

귀여운 것들

나머지 잡초는 내일 뽑는 걸로 하고

오늘은 요기까지.

땀이 너무 많이 나서 괴로웠다.


1인 가구가 잔디와 잡초에게 배운 교훈

1. 잔디와 잡초는 내가 게으른 만큼 자란다!

나중엔 감당이 안되지.


2. 집안일은 내가 뭐든지 다해야지!

- 힘들면 돈을 써서 전문가를 불러!

- 그것 때문에 결혼을 하겠다는 생각은 아녀! 아니란 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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