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기 싫어서

내방이 다시 좁아졌다.

by 구월애

작년에 친근했던 하우스 메이트가 떠나고 잠시 단기 하우스메이트가 있다 가고

그리곤 혼자 살았다.

당분간 혼자 살아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일 년이 채 지나지도 않았는데

혼자 새해를 맞이하고

혼자 집에 있고( 늘 그러하지만)

혼자 밥 먹고

혼자 살아가는 것이

좋고 자유롭지만

퇴근하고 텅 빈 집에 들어오는 게

커다란 바위만치 적적하고 외로웠다.


사람 냄새나는 하우스 메이트를 다시 구하기로 맘을 먹고 한인 셰어 사이트에 광고를 냈고,

정말 열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 달 가까이 방을 보러 왔다.

나는 나와 같이 살아가기에 무리가 없는 친구를 기다렸다.

그런데 내가 마음에 들면 그 친구는 오지 않았고

또 내가 마음이 별로면 이사를 오고 싶어 했다.


곧 한국에 가야 하는데 사람을 못 구하면

내 집이 나 없이 텅텅 비어 있어야 하는 게 걱정이 됐다.

나한테 내 집은 나이 든 친구이니까

내가 한국에 다니러 가는 동안

누군가 살포시 내 집에 있어주었으면 했다.

그리고 나에게도 말벗이 될 사람이 필요했고,

내가 좀 더 부지런해지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열. 심. 히

같이 살고 싶은 사람을 기다렸다.

같이 살기에 괜찮을 것 같은 친구를

다. 행. 히. 한 명 일단 구했다.

방 하나만 내놓았는데

지방에서 올라오는 친구가 급하게 방을 구하는데 방이 나갔다고 말하니 너무 아쉬워했다.

바로 이사를 해야 하는데 집을 못 구해서 당황스러워했다.

쓸데없이 오지랖이 넓은 난 토요일 집을 구해보고 맘에 드는 집을 못 구하면 연락하라고 문자를 남겼다. 퇴근하고 와서 짐을 옮겨야 하는 수고를 사실 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그런데 SOS 연락이 왔다.

결국 집을 못 구했다고…

퇴근하자마자 화상통화로 급하게 서재로 쓰고 있는 방을 보여주게 됐다.

그 방을 내주기로 한 것.

문자로 방을 문의를 하는데 너무 예의가 바르고 차분한 친구였다. 예의 바름과 차분함에 나의 오지랖이 작동하게 된 것.

부랴부랴 컴퓨터를 옮기고

책을 담아둔 박스를 옮기고 퇴근하자마자

다시 정리를 해야 했다.

13 시간 일하고 와서 새벽 4시까지 짐들을 대충 옮기고, 쓰레기를 정리를 하다가 다음날 약속이 두 개나 있어서

일단 자고 일어나서 카펫을 사러 IKEA에 다녀오고

방분위기를 바꾸고 정리를 겨우 다했다.

쓸고 닦으니 서재로 쓰던 그 방은 방은 깔끔 해졌다.


대신 내방은 숨쉬기 불편할 정도로 다시 꽉 차버렸다.

책들은 버릴 수 없어 내 방에 꾸역꾸역

집에 넣어야 했다.

나한테 책들은 정말 소중하니까…

대부분의 책 박스들은 상자째로 방에 고스란히 놔두었다. 쉬는 날 앉아서 정리를 하기로 했다.


새로운 하우스메이트가 왔고,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게 되었다.

이제 내 집안에 숨 쉬는 인간이 셋이다.

마음이 왜 놓일까…

내가 내 집에 당분간 없어도 이 새로운 하우스 두 명이 대신 있어줄 생각을 하니 맘이 놓인다.

텅 빈 내 집이 마치 나와 같다고 생각했는데

사람으로 온기를 채워 넣어서 좋다.

나도 새로운 사람을 앞으로 만날 것이고 나도 온기를 채워 넣을 것이다. 따스하게.


내방구석에

오래된 데스크 탑을 탑재하고

편안하고 재밌는 드라마를 마구마구 봤다.

너무 재미있게

내방이 결국 꽉 찼지만

몇 달만 잘 버텨봐야지 ㅎ

다시 혼자 살아야 할지 …

아님 누군가와 함께 할지…


시간이 답을 주겠지…

그리고 내 집도 내게 알려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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