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에서 1인 2견의 가족으로

1인 가족의 삶은 충분히 아름답다

by 구월애


나는 1인 가족으로 두 마리의 강아지들과 살고 있다.

비혼, 미혼, 독신 이런 단어들을 굳이 가져다 붙이는 대신 그냥 1인 가족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유로운 사고와 생활에 이름을 붙일 필요가 있을까 해서다.

한국엔 비자발적 비혼이 80%의 젊은 세대가 N포 세대로 살지만 난 자발적 1인 가구로 살고 있다. 난 어디든지 가서 살 수 있는 전문 직업이 있고, 집값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집이 있다. 아이를 가질 나이는 지난 대신에 반려견 두 딸아이들과 행복한 엄마로 살고 있다.


25년 전 스트레스 지수 200%에 기본적인 식사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던 대기업 직장을 떠나 마음의 안정을 위해 섬나라인 호주에 유학을 왔다. 5년 동안 벌어온 돈으로 가난한 유학생 시절을 지나 다시 직업을 갖게 되고 맘 편히 발을 뻗고 잘 수 있는 작은 내 집도 가지게 되었다.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서양의 섬나라에 살다 보니 내가 만나고 싶었던 남자는 잘 만날 수 없었다. 만났다고 생각했어도 그 인연은 오래가지 못했다. 땅덩이 큰 외국나라에서 내게 잘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려우니 나는 그냥 1인 가족이 되어 살게 되었다.


자발적인 1인 가족은 무한한 자유와 주체성을 가질 수 있다. 그만큼 외로움과 수많은 시간의 책임을 혼자서 감당을 해내야 한다. 평생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이 지구에 얼마나 될까? 사실 거의 없지 싶다.


외로움이 많은 사람들은 인생의 비밀을 빨리 깨우친다.

가족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난 사람이 아닌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선택을 했다. 물론 신중하게 생각을 해서 조심스럽게 남의 강아지를 몇 개월 돌봐주는 경험을 했고 나의 가족을 만들어도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한 마리 그리고 6개월 후에 또 한 마리 입양을 해서 1인 가족에서 1인 2견의 가족으로 살게 되었다.

처음엔 초보 반려견 엄마라 세상의 모든 초보 엄마처럼 안절부절 못 하면서 첫 1-2년을 보냈다. 그러면서 안정을 찾아갔고 1인 가족으로만 살면 혹처럼 붙어 있던 외로움은 어린 반려견들을 돌보는 정신없는 삶 덕택에 많이 떨어져 나갔다.


1인 2견 가족 10년 차가 넘어가다 보니 바쁘게 살지만 충분히 자율적인 시간을 만들어 쓸 수 있고, 내가 먹고 싶을 때 먹고, 내가 자고 싶은 만큼 자고, 씻고 싶을 때 씻고, 청소하고 싶을 때 청소하고, 나와 함께 사는 사람과 협상을 하거나, 남을 의식해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좋았다. 모든 것을 혼자서 결정하고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엄청난 혜택이다. 원하는 가구, 그릇, 침구류, 집안의 색깔, 가구 배치의 자율권, 사고 싶은 옷들과 차의 색들도 누구의 허락이나 상의가 필요가 없다. 원하는 곳으로 혼자서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선택을 나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주체성이 너무 좋고. 무엇을 하던 어떤 것을 원하던 우주와 세계가 나를 위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살고 있어서 행복하다.

물론 두 마리의 사랑스러운 강아지들과 살면서 져야 하는 책임감과 여행의 제약이 조금은 있다. 반려견도 잘 먹이기 위해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주는 일이 많고 ( 이 경험을 통해 반려견들이 더 건강하게 산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음식을 손수 만들어 준다) 씻기고, 재우고, 산책하고,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고, 간식을 만들어주고, 양치를 해주며, 나이가 들면 건강관리도 같이 해주어야 한다. 한국을 다니러 갈 때는 믿음직한 친구나 지인 집에 맡겨야 하고 그에 대한 경제적 책임과 감정적 책임도 져야 함은 물론이다.

두 마리의 반려견과 함께 하는 비용도 적지 않으니 열심히 일을 해야 함은 당연하다.

1인 2견의 가족은 경제적 힘이 있어야 함이 기본이고, 쫓겨나지 않고 안전하게 오래 살 공간이 있어야 함도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기본은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이런 기본들을 준비했고 워라벨을 균형을 잡기 시작을 했다. 지금 현재는 안정되게 1인 2견 가족으로 자알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 20년이 넘게 걸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게 아무것도 없어도 비관하지 않았던 것 같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었기에 일단 먹고살기 위해 직업을 찾아 일했고, 떠돌이처럼 매번 계약을 하고 자주 이사를 다니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해서 자그마한 내 공간을 마렸했다. 일단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지도를 그렸고 나머지는 우주가 천천히 채워 주었다.


오늘은 글을 이만 써야겠다. 강아지들이 산책을 가자고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