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번째 이야기
비가 오는 금요일, 하루를 일찍 보낸만큼 무언가 많은 일을 한 것 같다. 오전부터 생산적인 일(주로 글쓰기)을 하였고, 그 글쓰기의 목적은 주로 '제안'과 관련된 일이다. 나의 일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고, 대부분의 제안은 내가 가진 능력을 '구매'해달라는 내용이 주가 된다. 나의 경험과 경력을 이용해서 나의 능력을 사달라고 하는 제안인 것이다. 이러한 글들을 쓰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끊임없이 내가 가진 능력을 서술해야 하고, 때로는 그것을 돋보이게 윤색하기도 하여야 한다.
그러한 글과는 달리, 내가 이 공간에서 쓰는 이 글들은 너무나 편안한 글이다. 마치 나의 달리기처럼, 목적도 없고 목표도 없이 방황하며 써도 된다. 나의 생각을 정제없이 나의 손을 통해서 서술하면 되고 그것은 그 자체로 나에게 힘이 된다. 그러다,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와 위안을 건네게 된다면 사실 너무나 행복한 일이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정처없이 쓰는 이 글들 덕분에 아이러니 하게도 나의 '제안서'가 조금 더 빛을 발할 수도 있다고 본다. 말은 저렇게 했지만, 제안서를 쓰는 것 조차도 '글쓰기'의 일종이니 나에게는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닌편이다. 내가 취업을 할 때 썼던 자소서가 서류 전형에서 잘 먹혔던 것도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일것이다.
이번 주말은 바빠질 11월을 위해서 준비를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면서 보내려 한다. 아, 내일 아침에는 풋살을 하러가니 신나게 운동하고, 다시 돌아와서 책을 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