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책 「아티스트 웨이」와 마이 웨이

- 잊고 있던 꿈과 마주하다

by 차분한 초록색


2019년 12월 27일. 「아티스트 웨이」와 만났다.

이 책을 알게 된 건 인터넷 카페 댓글을 통해서였다.

글을 쓰는 데 도움을 받고 싶은데 무슨 책을 읽으면 좋을지를 묻는 누군가의 질문 글에 달린 댓글이었다.

아티스트 웨이라… 글쓰기에 어떤 도움 되는 이야기들을 들려줄까 궁금했다.


단지 궁금하기만 했다면 책을 사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겨울이었다.

크리스마스가 지났기에 나의 마음엔 찬바람만 가득했다.

긴긴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뭔가가 필요했다.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신선했다.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이대로만 한다면 나도 뭔가 될 수 있을 것 만 같은 희망이 생겼다.

저자가 강조하는 건 두 가지였다. ‘모닝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


첫 번째, 모닝페이지

“매일 아침 의식의 흐름을 세 쪽 정도 적어가는 것”

그냥 매일 아침 세 쪽을 쓰는 것이 중요하며, 어떤 내용이라도 상관없다.

기분이나 상황에 좌우되지 않고 매일 아침 일어나서 쓰는 세 쪽의 모닝페이지가

잠들어 있던 창조성을 일깨워 준다고 말했다.

모닝페이지를 쓰다 보면 이게 대체 무슨 도움이 될까? 내가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그건 내 안의 (저자의 표현대로 말하자면) 검열관이 나의 창조성을 방해하는 거라고 했다.

나는 아주 열심히 썼다.

아침형 인간과는 거리가 먼 내가 새벽에 일어나 모닝 페이지 3쪽을 썼다.

(심지어 처음에는 3쪽을 3장으로 착각하고 6페이지에 달하는 글을 썼다!)

매일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러자 검열관이 나타났다.

내 안의 검열관은 아주 지독했고, 덕분에 정말 심각한 자괴감이 몰려왔다.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니! 나는 저자의 혜안에 감탄했다.


아티스트 데이트

모닝페이지와 함께 창조성을 일깨우는 행동으로 저자는 아티스트 데이트를 강조한다.

쉽게 말해서 기분전환을 하라는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낯선 곳을 걸어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영화를 본다거나 하면서.

이 외에도 매주마다 큰 주제를 정해서 그 안에서 창조성 회복을 위해 해나가야 할 과제들을 알려준다.

나는 꽤 열심히 과제를 해나갔다.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모범생처럼.


그래서 뭐 어떻게 됐는데?

나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몰래 숨어서 글을 쓰는 겁쟁이일 뿐이었다.


“네가? 글을 쓴다고?” 라며 사람들이 비웃을 것만 같았다.

“뭔가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해봐. 글을 쓴다고 그게 돈이 돼?”라고 사람들이 한심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나는 몰래 숨어서 글을 썼고, 이내 지쳐버렸다.

나는 아티스트 웨이에서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멈춰 섰다.


내 꿈은 오랜 시간 책장에 꽂혀 바래갔다.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던, 될 수 있을 것만 같던 희망도 먼지를 뒤집어쓴 채 잠들었다.


몇 해의 겨울이 지나고 어느 날 문득,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질문이 내 마음속으로 찾아왔다.

애써 외면해 왔던 꿈과 마주했다.

두려웠다.

되지도 않는 꿈을 꾸는 것만 같아서.

자문했다.

그럼에도 깨끗이 포기하지 못하는 건 미련하기 때문일까?라고.

나는 책장에서 다시 아티스트 웨이를 꺼냈다.

빛바랜 책이 나에게 말한다.

“다시 해 봐. 후회 없이.”


아주 먼 길을 돌아온 기분이다.

어차피 인생이 여행이라면, 여행지에서 누구나 낯선 길에 발을 들인 경험 한 번쯤은 있지 않은가.

그 길에서 헤매고 지치고 짜증이 나기도 하고, 그러다가 예기치 않게 마주치는 아름다운 풍경들에

마음이 들뜨기도 하는 그런 경험들.

나는 나의 길이 아닌 (사실은 무엇이 나의 길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낯선 길에서

울고 웃으며 켜켜이 추억을 쌓아왔다.

그리고 이제 저 앞에 낯익은 풍경이 보인다.

그곳에서 나는 그동안의 여행기를 웃으면서 말하리라.

지나고 보니 소중한 추억들이 되어 있는 아름다운 시간들에 대해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