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자라고 있습니다.
엄마의 나이는 아이의 나이와 같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그 말에 공감하게 된 건 아이를 키우면 서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주 작은 일에도 일희일비하는 나의 미성숙한 모습을 본다.
정작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소한 일들에도 마음을 다쳐가면서.
유치원 때는 또래 아이들의 자기중심적인 태도에
(이 나이 때 애들은 당연히 그러하다는 걸 알면서도)
어른인 내가 상처를 받기도 했다.
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별거 아닌 일에 의기소침해지기도 하고, 기분이 좋아 방방 뜨기도 했다.
아이와 나를 동일시하면서 눈에 띄는 아주 작은 순간들에 갖가지 해석을 붙이기도 했다.
어쩌다 혼자 하교하는 모습이라도 보면, 하루 종일 온갖 걱정들을 하며 자신을 들들 볶는다.
친구 없이 혼자 노는 건 아닐까? 학교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나? 하면서.
그러다 또 어떤 날, 친구들과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면 마치 내가 신나게 논 것처럼 기분이 좋아
하루 종일 마음이 들뜬다.
아이에게 나 자신을 투영시키는 건 아닌지 걱정되었다.
지나치게 아이에게 몰입하지 말아야지.
아이와 나는 다른 인격체다,라고 스스로 되뇌면서
나는 아이 앞에서는 짐짓 태연한 척한다.
엄마의 나이와 아이의 나이가 같다는 말은
아이와 함께 성장해 가는 모습을 말하는 것이겠지.
함께 성장해 간다는 표현이 진부할지 모르지만, 이처럼 적확한 표현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이가 없었다면 깨닫지 못했을 많은 것들을 알아가면서 조금씩 성숙해진다.
화가 나도 참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법을 익히고 겸손함을 배운다.
세상 무서움을 깨닫고 고개 숙이는 법을 익힌다.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다.
엄마의 나이와 아이의 나이가 같다는 말은
내게 주어진 또 다른 시간을 열심히 잘 살아보라는 의미겠지.
그 축복과도 같은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서
나는 아이와 함께 많은 것들을 쌓아가려고 노력한다.
좋은 관계, 본받을 만한 모습들을 위해 노력한다.
아이가 없었다면 누군가와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이토록 오랜 시간 공 들일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일도 없었을지 모른다.
해가 바뀌면 아이는 열두 살이 된다.
열두 살.
긴 인생에서 첫 번째 변곡점을 맞이하는 때가 될지도 모르는 나이.
아이의 머릿속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나의 머릿속에서는 그때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가.
아이는 이제 곧 열두 살이 된다.
나도 이제 열두 살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