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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분한 초록색 Jun 21. 2024

시시껄렁한 이야기

입시가 뭐길래

아침부터 동네엄마로부터 걸려 온 전화 한 통

"00 고등학교에 애를 두 명이나 입학시킨 엄마가 있다는데, 혹시 알아요?"라고 묻는다.

나는 되려 놀라 되묻는다.

"애를 둘이나 00고에 보냈다고요? 그 엄마 대단한데!"


아이의 입시 결과를 보면 아이가 대단하다는 말 보다 엄마가 대단하다는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다.

아마도 성공적 입결의 뒤에는 엄마의 노력이 필연적으로 따를 것이라는 인식이 내게도 있나 보다.


그 엄마가 누군지 나는 아직 모른다.

그러면서, 일면식도 없는 그 엄마를 부러워한다.


"아이 친구 엄마들에게 한 번 물어볼게요."

나의 대답에 전화를 건 엄마가 조심스레 말한다.

"같은 학년 엄마는 알아도 말 안 해줄지도 몰라요."


전화를 끊고 나서 왠지 모르게 울적한 기분이 되었다.




오랜만에 아이 친구 엄마들을 만나기로 했다.

아이들끼리 곧잘 놀았기에 어울리게 된 엄마들인데 이제 아이들은 각자 다른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고 엄마인 우리는 아이를 빼고 우리끼리만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시시껄렁한 이야기들을 주고받는다.



6월인데 이렇게 더운 게 말이 되는 건지.

요즘 애들 간식은 뭘 먹이는지.

오늘 저녁 메뉴는 정했는지 등등.



문득, 우리의 대화가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는 문제집은 어떤 걸 풀려야 좋은지, 학교 단원평가나 수행평가 준비는 뭘로 하면 좋을지.

어느 학원이 괜찮은지. 그런 이야기들을 줄곧 나눴었는데.



어쩌면 그런 이야기들이 더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시시하고 사소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좋은 일이지 않은가.



돌아오는 길에 함께 아이에게 줄 간식거리를 사고 방학 전에 또 보자며 헤어졌다.

그때는 아마도 여름방학 동안에는 삼시세끼 뭘 해서 먹여야 하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겠지.



<커버이미지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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