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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분한 초록색 Jun 28. 2024

동네 서점

아이가 유치원생이었을 때 다니던 발레 학원이 있다.

그 건물 1층에는 서점이 있어서 발레학원에 가는 날이면 참새가 방앗간에 들리듯 그냥 지나치는 법 없이 들어갔었다.


당시에 아이가 사겠다고 고른 책들은 너무 얇은데, cd가 붙어 있다는 이유로 꽤나 비싼 가격이었다.

(심지어 cd는 듣지도 않을 거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책을 사주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고르는 책은 권수를 정해서 무조건 사줬다.

그러다가 어느 날부턴가 내 책도 한 권씩 사기 시작했다.

발레 학원비보다 서점에서 책을 사는 돈이 더 많이 들던 시절이었다.


지금도 가끔 그 서점에 간다.

문제집을 사러 갈 때가 대부분이지만, 서점 문을 나설 때 들고 있는 건 문제집 뿐만은 아니다.


지난 주말에는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남편과 둘이 동네 서점에 갔다.

한두 달 사이에 서점의 분위기는 조금 바뀐 듯했다.

각종 육아서가 꽂혀있던 책장에는 만화책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고, 아이가 즐겨 사던 cd가 달린 얇은 영어 책들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를 차지한 건 각종 문구류.


나는 왠지 조금 씁쓸해졌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평소와는 다르게 사려던 문제집만 한 권 사서 그냥 나와버렸다.

서점을 나와 카페에 가 앉았을 때는 역시나 책을 한 권 사 올걸 그랬다고 조금 후회하기는 했지만.


문득 집 근처에 걸어서 갈 수 있는 동네 서점이 있다는 게 너무 좋다고,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래도록 남아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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