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인덕션

by 차분한 초록색

지난주 금요일이었다.

저녁 메뉴로 오랜만에 카레를 만들고 있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후텁지근한 날이었다.


조리가 거의 다 끝나갈 무렵

갑자기 인덕션의 전원이 꺼졌다.

세탁기와 건조기, 식기세척기 그리고 전기밥솥과 인덕션을 함께 돌리면 가끔씩 과부하가 걸려 전원이 내려갈 때가 있다.

또 과부하가 걸렸나?

그런데 지금은 세탁기도 건조기도 식기세척기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아주 찰나의 순간 '정전인가?' 하는 바보 같은 생각도 들었다.

정전일리가 없잖아.

집안이 이렇게 환한데!



그때부터 조금씩 당황하기 시작했다.

전원 코드를 뽑았다가 다시 꽂고 전원버튼을 눌렀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서둘러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해서 AS신청을 한다.

금요일 저녁이라 월요일이나 되어야 방문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는다.


아쉬운 대로 휴대용 1구 인덕션을 꺼내 조리를 마무리한다.


주말 내내, 비가 내리고 아이는 고열에 시달리고 나는 1구 인덕션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음식을 만들었다.



드디어 월요일.

8년 동안 사용한 인덕션은 수리보다는 교체가 낫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오늘

오랜 시간 나와 함께 했던 까만색 인덕션은 작별을 고한다.


설거지를 마치고 젖은 행주로 깨끗하게 인덕션을 닦고 마른행주로 다시 물기를 닦아주었다.


고마워.

나랑 같이 오랜 시간 지지고 볶고 하느라 고생했어.




<커버이미지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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