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게 나는 세상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소멸하거나 몰락하지도 않고 세상의 한가운데 그 일원으로서 존재하고 있었다. 나는 살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되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는가? 아, 지난 닷새 동안의 일, 내가 단지 멍하게 느끼고 있던 일, 도망하려 했던 일, 이 모두가 지금 되살아났다. 모두가 불쾌하고, 씁쓸하고, 부끄러웠다. 모두가 죽음의 선고였으나, 나는 그것을 수행하지 않았다. 또다시 미수로 끝내지 않으면 안되었다.
덜커덕거리는 기차 소리를 들으며 나는 창문을 열었다. 캄캄한 대지, 검은 나뭇가지가 앙상해 서러운 듯한 나무, 커다란 지붕 밑의 농가, 먼 언덕 등이 웅크리고 스쳐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모두가 마지못해 존재하며, 고뇌와 반감을 호흡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을 아름답다고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게는 단지 서글프게만 여겨졌다. 신의 뜻이런가?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 게르트루트 14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