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닿아 있다. 철학이 뭔지도 모르면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단순한 물음 하나에도 우리는 답을 제대로 내어 놓지 못하고.
답을 내어놓아도 그건 답이 아니다.
답을 찾는 답답한 인간. 말장난을 해본다.
고전은 고전하는 인간이 주인공이다. 또 말장난을 해본다.
나와 닮은 면을 지닌 인간들이 수두룩이다.
하나같이 부끄러운 삶을 산다.
얼굴이 깨진 인간들. 발가벗겨진 인간들.
순백색의 무지. 상처 입은 인간들이 거기에 있다.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아니. 너무 현실적인 인간들 뿐이라 숨이 막힌다.
검은 글자들이 뱀처럼 목을 감아온다.
인간형. 무슨무슨 인간형. 그들은 네가, 내가. 된다. 되고야 만다.
가본 적 없는 거리를 활보한다. 본 일 없는 풍경을 감상한다. 뱉어내기 어려운 말들을 대신 전한다.
삶은 자꾸 부끄러워진다. 부끄러워지는 만큼 삶은 초라해진다.
초라한 인간은 점점 메마른다. 마른 가지 같은 인간은 진짜 인간이 된다.
다수는 비극의 결말을 맺는다.
한 글자, 한 단어, 한 문장, 한 권. 글자들이 아름답다.
가만..
아름답지 않은 삶을 아름답게 꾸며대는 검은색 글자들은 거짓인가.
거짓덩어리. 허나 거짓이지 않은 진짜의 삶이 있다.
거짓덩어리. 허나 아름답다는 한마디는 지울 수 없다.
비현실의 말간 얼굴.
화려한 치장의 얼굴보다. 아무것도 감출 게 없는 얼굴이 더 귀하다.
깨어진 얼굴을 볼 수 있는 인간이 몇이나 될까.
그 얼굴은 두려움을 넘어서야 마주할 수 있다.
평범한 얼굴로 마주하는 당신 곁의 얼굴이, 눈동자가 말을 걸면.
두려워서 모른 척, 회피하기 바쁜 당신은 알아볼 수 없다. 검은 글자들은 검은색 잉크. 검은색으로 써진 글자의 나열로 해석된다. ( 해석은 물론 오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