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인간은 '자기 자신'이라 믿었던 스스로에게서 멀어진다.
나 원래 이런 사람이에요.
안 그랬어요.
예전엔.
예전엔. 달랐습니다.
나와 나 사이에 놓인 나를 바라보며.
나는 나를 바로 보아야 했는데 ㅡ
이상과 현실의 간극. 딱 그만큼.
'나'는 내게서 멀어져 있었다.
정신 차려. 정신 차려.
살며 계속해서 듣게 된 말과 함께, 눈을 뜬 어느 순간엔
나는 거울 속의 나를 한 참. 한참이나 낯설게 바라보아야 했는데.
단순히 나이 듦에 의한 것이 아닌.
내부에서부터.
깊은 어딘가로부터. 어떤 정신으로부터.
변형된 진짜의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삶의 고통. 희생 같은 흔한 말들 속에서, 조금은 '인간적인' 인간이 되었다고.
일그러짐 속에서 무언가를 보았다고.
나는 '나'와 멀어져 또 다른 나를 마주했다고.
인간은 그렇게 변형의 삶을 맞이하면서. 다시 태어나기도 하는 거라고ㅡ
하는 터무니없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