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의 풍경이 바뀌었어. 엄마.
나는 이전보다 구체적인 사람이 되었어. 불분명하고 모호한 시각이 뚜렷해졌어.
이제 어른이 된 걸까.
어른이라는 말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 인간으로서의 성장, 성장이라고 해두자.
성장하며 이전보다 성숙해진 인간.이라고 해두자.
엄마.
바깥의 풍경이 또렷하게 보여. 이 풍경을 천천히 음미하며 감상할 여유는 없지만, 나는 '오늘' 내게 주어진 풍경, 그 안에서 어떻게 하루를 보낼지를 생각해. 여전히 불안하지만.
이제야 두 다리가 내가 움직이려는 방향으로 향해.
엄마. 그간 많은 물음들이 내게 다가왔어. 많은 물음들.
나는 답을 하기 위해 애를 썼고, 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해 불안해하며 나는 읽고 또 읽으며 안으로 또 안으로 깊숙한 곳으로 시선을 던졌어. 나는 많은 것들을 보았지만 내가 보았다고 말할 수 있는 무엇이 있는 걸까.
내가 본 것들은 하나같이 '말'로 치환되지 않는 어떤 것들이야. 소리를 낼 수 없는 목소리. 그것들은 내게 어떤 말을 해주었는데..
진실에 가까운 것들이야.
그래 그것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어.
얼굴이 또 한 번 깨졌어. 사회적인 가면을 쓰지 못한 얼굴이래.
그것을 써야만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더 부서지고 망가질 거라는데.
어떻게 생각해?
내가 원한 모습이 이런 모습이었다고 하면.
나는 날 것의 나를 부끄럽게 마주하고 싶다는 그 하나의 원에 닿아가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상처 입었지.
사람에게 기대했던 마음이 다시 한번 무너졌지.
사람은 원래 '기대'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란 것을 온몸으로 깨달았지.
기대보다 더 큰 존재가 아니니. 기대를 잘게 부수어 바닥에 흩뿌리면 그것이 인간이라고.
인간은 그만한 존재, 그런 미미한 힘의. 그러니
나의 희망. 희망은 또 한 번 부서졌지.
.
창밖의 풍경이 빠르게 바뀌어.
바뀌고 또 바뀌어. 의지할 무엇이 더 이상 없다는 것을 알고 홀로 마주해야 함을 아는데 너무나 또렷한 창 밖 풍경이 낯설어서. 잠시 망설이고 있었어.
이제 불문명 했던 것들이 '진짜'의 모습으로 보여져.
.
.
(진짜.라는 게 있다면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