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4수생, 에세이 크리에이터 되다
4년 전, 블로그를 새로 만들었다. 21년 7월, 브런치에 두 번 떨어지고 입술 깨물고 만든 삼수생 블로그. 브런치 입성을 위한 실미도 부대 같은 심정으로 만들었다.
"박정희 목 따러 왔수다." 68년 1·21 북한무장공비 청와대 습격사건에서 유일하게 생포된 김신조의 말. 대한민국이 요동쳤고 악명 높은 실미도 684부대가 비밀리에 창설된 그 절박함으로 만든 블로그였다.
블로그 이름도 노골적이었다. "행복작가 미니락의 브런치 도전기" 링컨이 오면 웃을 정도로. 브런치의, 브런치에 의한, 브런치를 위한 만년 브런치 지망생 블로그. 당시 인스타그램 친구 432명, sns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을 때였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담은 첫 글을 고백한다. 수정이나 편집 없는 그때 21년 7월 15일, 브런치 지망생 정승우 손 끝에서 나온 글.
"저는 다시 브런치에 도전합니다. 글쓰기라는 이천 원짜리 치료사를 만나 울고 웃고 사랑하려 합니다. 어떤 순간에도 행복하게 달리는 러너이자 행복작가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부족한 펜을 다시 들어봅니다. 보아주는 이 없어도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는 그런 글을 쓰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울고 있는 단 한 명이라도 제 글을 보고 다시 힘을 낼 수 있도록 희망을 선물하는 행복작가가 되겠습니다. 많은 분들과 함께 행복하게 동행하며 글 쓰는 미니락이 되겠습니다."
25년 10월 15일, 가수 요조 님 목소리로 내 책 "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 오디오북이 출시되었다. 밀리의 서재, 윌라, 알라딘, 예스 24, 교보문고까지. 출판사의 아무런 홍보기사도, 오디오북 플랫폼의 그 흔한 새로 나온 오디오북 홍보 이미지 하나 없는 조용한 업로드였다.
언제나처럼 꿋꿋하게 내 sns에서 첫 오디오북이 요조 님 목소리로 나온다고 알렸다. 스레드 팔로워 2,171명, 인스타 팔로워 2,659명, 내가 가꿔온 작고 소중한 채널에 알리고 또 알렸다. 여기 작가가 있다고, 여기 귀한 목소리가 있다고.
밤 12시가 넘자 밀리의 서재에서 오디오북이 떴다.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요조 님의 섬세한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눈을 감았다. 밤새 요조 님과 함께 달리며 자다 깨다 내가 쓴 이야기를 소리로 만났다.
나의 용기가 요조 님의 위로와 만난 날. 기쁜 마음에 인스타 게시글과 스토리에 올렸다. 퀸의 노래 "I was born to love you."를 배경음악으로 깔았다. 망설이다가 요조 님을 태그 했다. 잠시 후 메시지가 떴다. 요조 님이 본인 스토리에 내 스토리를 올렸다. 많은 분들께 닿았으면 좋겠다는 말씀과 함께... 감사함에 따뜻해졌다.
점심시간, 브런치앱에서 알람이 떴다. "스토리 크리에이터로 선정되신 것에 축하드립니다." 자세히 보니 에세이 부문 크리에이터로 선정되었다는 메시지와 함께 내 필명 밑에 그렇게 부러워하던 표시가 굵게 쓰여있었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왜 하필... 아니, 지금... 4년 전 브런치 목 따러 왔다던 절박한 브런치 지망생이 브런치 크리에이터가 되다니... 죽기 전에 전자책이라도 써보고 싶다던 작가 지망생이 투고로 종이책을, 전자책을 너머 오디오북까지, 요조 님 목소리로 세상에 내다니.
"브런치 목 따러 왔수다." 라던 패기 있던 4년 전 나는 1년 뒤 세 번째 브런치 도전에 또 떨어져서 결국 4수생 신분으로 24년 4월 가까스로 브런치에 입성했다. 목을 따긴커녕 내 목이 달랑달랑한 상태로 겨우 문 닫고 들어왔다. 브런치 장외투쟁을 벌이다 출판사 투고 계약한 출간계획서를 복붙 해서 얻은 극적인 세이프였다.
나에겐 유독 시리도록 차갑던 브런치가 오늘 나를 안아주었다. 그간의 속상함을 털어버리라는 듯. 보아주는 이 없어도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는 그런 글을 쓰는 작가가 되겠다던 4년 전 나를, 울고 있는 단 한 명이라도 내 글을 보고 다시 힘을 낼 수 있도록 희망을 선물하는 행복작가가 되겠다던 4년 전 나를, 많은 분들과 함께 행복하게 동행하며 글 쓰는 작가가 되겠다던 나를.
그 마음은 변치 않았다. 작가 지망생이든, 출간작가가 되었든, 크리에이터가 되었든. 나 정승우는 "브런치 목 따러 왔다."는 용기와 패기를 지닌 작가이자 여전히 당신을 글로 울리고 싶은 작가 지망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