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과지도에서 독서지도로
아르바이트로 교과지도를 시작하다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부터 과외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직업이 될 줄은 그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당시에는 서울로 간 대학생이 방학이 되어 집에 내려오면 과외를 하여 용돈을 버는 일이 많이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엄마 친구의 아들 둘과 그들의 친구까지 초등생 네 명을 시작으로 교과목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었지요. 방학이 되어 집에 올 때마다 가르칠 아이들이 늘어나서 졸업할 때쯤엔 도저히 그만둘 수도 없는 인원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내 손으로 서울 생활비를 벌고 엄마한테 드릴 돈이 생긴다는 것이 좋아서 열심히 했지만 점점 가르치는 일을 즐거워하는 저 자신을 발견하고 직업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공부에 지치는 기색이 보일 때 제가 읽은 책속의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풀어내주면 아이들은 금새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서 저를 쳐다보곤 했습니다. 아이들은 제가 이야기를 해주는 시간을 손꼽아가며 기다렸고 틈만 나면 재미있는 얘기를 해 달라고 졸랐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위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 책을 미리 읽어 놓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이야기를 하는 그 시간이 교과목공부지도를 하는 시간보다 더 즐거운 거 같았어요. 시험 때는 밤새가며 아이들에게 문제를 풀리고 이해 할 때까지 설명하고 그런 일들이 제 적성에 맞는지 힘이 솟았습니다. 특별히 잘 따라오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유난히 이해를 못하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만날 때면 무조건 암기하도록 시키면서 성적을 올렸습니다.
교과지도 이대로 좋은가 회의감이 몰려오다.
하지만 점점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시험날짜가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급해졌고 이해 못하는 아이를 다그치며 암기를 시키고 같이 밤을 새웠어요. 하지만 그렇게 올린 성적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문득 이렇게 아이들과 일회성식 공부를 하는 것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의 공부 습관을 들여다보고 좀 더 근본적인 교수법은 없을까 고민하는 날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저에게 배우고자 하는 아이들은 몰려왔고 교수법에 대한 고민들을 실천으로 바꾸기에 저는 너무 바쁘기만 했습니다.
그런 고민들을 품은 채 저는 결혼을 했습니다. 그리고 첫째 아이가 유치원생이 되었을 때 또래 엄마들과 아이들을 위해 품앗이 수업을 하게 되었어요. 영어, 과학실험, 미술, 음악등 다섯명의 엄마들이 각각 과목을 나누어 하기로 했지요. 저는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이야기 책을 읽어 준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독서와 글쓰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수업준비를 하면서 이게 최선인가, 내가 하는 방식이 맞나, 내가 좋아하고 스스로 이 정도면 잘 하는 것이라 여기는 마음만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기에는 미흡한 것 아닌가? 내가 고른 책들은 바람직한 책인가? 내가 만든 질문들은 잘 만든 것인가? 등 의문은 끊임없이 올라왔습니다. 내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집 아이들도 함께 하다 보니 뭔가 전문적인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민 끝에 어느 사단 법인에서 교육하는 독서 지도사 과정을 신청 했습니다. 주중에는 아이들에게 교과 지도를 했고 주말이 되면 독서지도공부를 하러 울산에서 서울까지 비행기를 타고 오갔습니다. 독서 지도사 과정을 듣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책 읽기와 글쓰기의 해답을 얻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거기에 더해 제가 그동안 교과 지도를 하며 답답해하던 문제가 무엇인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교과서를 읽고도 이해가 되지 않는 아이들, 문제를 읽고도 무엇을 말하는 건지 몰라 묻는 아이들, 필기 내용을 두 세번씩 설명해도 고개를 갸웃하는 아이들, 계속해서 낱말 뜻을 물어보는 아이들. 이 아이들이 가진 문제의 답은 바로 독서로 쌓아올린 공부기초체력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독서를 통한 기초 체력을 키우지 못한 아이들은 교과서도 어렵고 문제지를 읽는 것도 힘들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지요. 이 사실을 알고 나니 성적을 올리기 위해 소리를 지르고 피 나오도록 수없이 반복 설명하며 밤을 새우는 일들이 그만하고 싶어졌습니다.
독서는 기초체력이다.
“ 선생님, 저희 아이가 영어학원에서 독서수업 좀 받으라고 해서 왔어요. 영어지문을 해석해도 주제를 못찾는다고 합니다. 어쩌지요? 독서 수업 받으면 좋아질까요?”
“ 선생님, 저희아이가 수학 문제를 이해 못한다고 해요. 질문이 길어지면 무엇을 답 하라는 건지 모른대요. 담임선생님께서 독서수업을 받아보라고 하시네요.”
“ 선생님, 저희아이가 국어 시험 문제에서 자꾸 문학 부분을 틀려요. 비문학은 잘 맞추는데 문학에서 다른 답을 유추하거나 등장인물의 감정에 공감을 못해서 자꾸 문제를 틀린다고 합니다. 문학 책 독서지도 좀 부탁드려요.”
제가 자주 받는 부모님들의 상담 내용입니다. 여전히 아이들의 교과목 공부는 기본 독서부터 잘 이루어지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국어는 그렇다 해도 영어, 수학, 과학 등 기타과목이 그 과목자체가 아니라 독서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힘들다하니 부모님들도 처음엔 의아해 하십니다. 그러나 각 과목 선생님들마저도 콕 집어 그렇다고 말씀하시니 인정하지 않을 수가없지요.
부모님들은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라고 좋은 음식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신경을 씁니다. 어릴 때 건강한 체력을 갖춰둬야 그 체력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서도 그렇습니다. 어린 시절 부터 골고루 잘 읽히고 신경을 써주어야 아이의 평생 공부체력이 생기는 것입니다. 공부체력은 책을 읽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가적인 혜택입니다. 독서를 통해 우리아이들은 살아가는데 있어 평생 친구를 얻을 것이고 인생 고비 고비에서 만나게 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지혜를 키우게 될 것입니다. 독서는 삶을 좌우 할 가치관을 만들어주며 기본 인성을 길러줄 것입니다. 이렇게 좋은 책 읽기를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일상이 되고 습관이 되도록 우리어른들이 관심을 가지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어야합니다. 잘 알지만 어렵다고요? 지금부터 저와 함께 차근차근 알아가 보도록 하면 어떨까요?